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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교육] 당당하게 실망시킬 용기

2023-02-06
김언동 (경북대사범대부설고 교사)

EBS 다큐멘터리 '누가 1등인가'는 수능 만점자, 수능 꼴찌, 각 분야에 탁월한 재능을 가진 아홉 명의 학생들을 제주도 시골 마을에 모읍니다.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이름도 모르고,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각자의 별명으로 서로를 부르며 효과적인 도구 사용, 이질적 집단과의 상호작용, 자율적 행동에 관한 3가지 과제들을 서로 협력하며 풀어나갑니다. 이렇게 3개의 과제가 모두 끝나고 진짜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 가장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학생은 수능 1등도 명문대생도 아닙니다. 다큐멘터리는 스펙을 제외하고 사람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함께 풀어야 했던 과제들은 OECD DeSeCo(데세코) 역량을 기반으로 제시되었습니다. DeSeCo 프로젝트가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에 대한 관심과 논의를 증가시킨 후, 2015년 OECD 교육 2030프로젝트가 등장합니다. OECD 교육 2030프로젝트는 아직 창출되지 않은 미래 사회의 직업을 수행하기 위해서 학생들을 어떻게 준비시키고,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문제에 대처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프로젝트가 시작될 무렵 세계는 종교와 인종 갈등으로 인한 테러와 지역분쟁으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중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성인이 되는 가까운 미래에 다양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어떻게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 것인가, 책임 있는 행동과 의사결정을 통해 개인과 인류사회의 지속 가능한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을까, 학교 교육을 통해 그러한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교육의 중요한 목적이 된 것이지요.

2019년에는 OECD 교육 2030 학습나침반이 발표됩니다. 학습나침반은 학생이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최대한 발휘하고 미래에도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 등을 설명한 것입니다. 학습나침반에는 두 가지 특징적인 개념이 새롭게 등장합니다. 첫 번째는 '상호 주체성(Co-agency)'인데요. 이는 학생의 학습과 성장 과정에서 학생의 주체적인 역할과 함께 학생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동료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의 협력과 참여를 강조한 것입니다. 또 다른 개념인 '변혁적 역량'은 가치관의 갈등, 이해관계의 충돌 등의 상황에서 이를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합니다. 새로운 사회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역량, 즉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한 경제활동과 새로운 생활방식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강조합니다.

책 '당당하게 실망시키기'의 주인공 소녀 오즈게가 자라난 1970년대 튀르키예는 혼란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공직자들의 부정부패는 극에 달해 기업과의 유착을 통해 무질서한 정책들이 난무합니다. 사회는 급속히 서구화되었지만 전통적인 아랍국가의 남존여비 사상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여성으로서의 권리가 존중받지 못합니다. 오즈게 사만즈는 그럼에도 스스로가 꿈꾸는 것을 해내기 위해 언제나 다른 사람과는 달리 말하고 행동했습니다. 스쿠버다이빙을 배우고, 그림을 그리고, 연극을 공부하지요.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건 늘 자신을 지켜보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실망시키는 일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늘 그녀에게 만족하지 못했고,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 괴로워 그녀는 언제나 아버지가 원하는 방향으로 되돌아와야 했지요. 하지만 오즈게는 '당당하게' 실망시키는 방법을 통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걸 해야 한다는 소중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실패할 수 있지만 언제든 도전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당당하게'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곳이 바로 학교일 것입니다.

김언동 (경북대사범대부설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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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동 경북대사범대부설고 교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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