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역사를 캔다…발굴 멈출 수 없는 고고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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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소월리 출토 얼굴모양 토기 2면.〈화랑문화재연구원 제공〉 |
팔거산성 목조 집수지, 실물자료 부족한 신라건축 연구에 도움
고고학자들 발견한 대구지역 유물들…고대역사 새로 쓴 계기
우리나라 발굴 전성기 지났지만 교육 등 관련 사업개발 가능성
경산 소월리 발굴 얼굴토기 다양한 표정 활용 이모티콘 만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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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구암동 58호분-2〈2020년 필자 촬영〉 |
2000년대에 들어서는 발굴 현장 경험을 점점 쌓아갔다. 그중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확장하던 사업 구간에서 내 손으로 처음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를 발굴했을 때의 흥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때만 해도 대구의 역사는 기원전 10세기경에 시작되었던 것으로 보았을 때라 신석기시대 유적의 존재를 보여주는 빗살무늬토기의 발굴은 대구의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자료였다. 이후 대구에서는 신석기시대 유적뿐만 아니라 구석기시대 유적도 확인되었다.
이후 대구 욱수동의 석실묘를 발굴하면서 고분 유적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하였고 경북 고령 지산동고분군과 대구 괴전동고분군, 경북 경산 신상리고분군, 울산 하삼정고분군, 경북 왜관 낙산리고분군 등 고분 발굴의 경험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레 고분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어느 분야든 한 명의 고수가 등장하기까지 많은 희생과 기다림이 있듯이 고고학 또한 마찬가지일 테다. 혹자는 아직도 우리나라에 발굴할 게 남아있냐고 묻는다. 해방 후 우리 손으로 첫 발굴을 진행한 후 1990년대까지는 국립기관이나 대학박물관이 발굴을 주도하였으나 그 이후 발굴 전문기관이 주도하면서 국토개발이라는 이유로 많은 유적이 발굴되었다. 현직 발굴 전문기관 종사자들의 견해를 빌리자면 이제 발굴 전성기는 지났다고 한다. 이제 발굴 전문기관이 발굴 외에도 문화유산 교육이나 서비스 등 또 다른 문화사업도 적극 계발해야 할 때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도 발굴은 계속되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살펴보면 고고학 현장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도로를 달리다 저 멀리 언덕에 나무가 다 베어져 황토가 드러난 현장에 파란색 천막이 띄엄띄엄 덮여있는 것을 보게 된다면 이는 틀림없이 발굴 현장이다. 또한 우리가 사는 도심지의 주택이나 사무실 옆에서도 발굴이 진행되기도 한다.
따라서 오늘은 최근 몇 년간 우리 지역의 역사를 새롭게 쓴 주요 발굴을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에도 도로를 개설하거나 넓히기 위해, 아파트를 짓기 위해, 산업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주차장이나 근린생활시설을 짓기 위해 많은 발굴이 진행되었다. 이렇게 조사된 유적은 신석기시대의 생활유적, 청동기시대의 삶의 공간인 주거지와 죽음의 공간인 고인돌, 삼국시대의 무덤과 집자리, 신라 도성의 방어시설, 옛 절터, 토지신과 곡식신에게 한 해 풍요를 기원하던 사직단 등 그 규모나 성격이 아주 다양했다.
이 중에서 특히 언론에 주목을 많이 받았던 유적이 있다. 경산 와촌의 소월리에서는 자그마한 구덩이에서 사람 얼굴모양 토기가 발굴되었는데, 이 토기에는 눈, 코, 입, 귀가 표현되어 있고 눈과 입 모양을 각각 달리하여 무표정한 듯, 심각한 듯, 또는 말을 하는 듯한 표정을 삼면에 연출하였다. 최근 문화재청에서는 이 토기의 얼굴모양을 활용하여 이모티콘을 제작하여 새로운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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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거산성 내 목조 집수지〈화랑문화재연구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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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욱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
2022년 기준 한국문화유산협회 소속에 전국에 매장문화재를 발굴하는 전문기관만 84개 기관에 이르고 이 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기관이나 대학의 박물관, 국립문화재연구소나 국립박물관 등을 더하면 발굴 종사자는 훨씬 많아진다. 지난 겨울 혹독한 추위 속에서, 오는 여름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현장을 지키고 고민하며 우리 땅에 묻혀있는 문화유산을 발굴해 낼 고고학자들과 함께 이 일에 참여하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들이 수고하여 찾아낸 역사에 박수를 보내며 올해는 어떤 이야기가 새롭게 발굴될지 기대가 크다.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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