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30303010000347

영남일보TV

[시네 토크] '대외비' 국회의원 후보 해웅 역 조진웅, 현 정계 상황과 오버랩…악인화 과정에 집중

2023-03-03

인간군상 적나라하게 드러난 작품

소리 지르는 선거유세 장면 많아 고충

인물이 상황 이끄는 이번 작업 매력적

실제론 정계 진출에 전혀 관심 없어

열정 가득했던 연극무대 시절 그리워

기회된다면 고향 부산 무대에 서고파

[시네 토크] 대외비 국회의원 후보 해웅 역 조진웅, 현 정계 상황과 오버랩…악인화 과정에 집중

1992년 한국에서는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가 동시에 치러졌다. 20년째 만년 국회의원 후보인 부산 해운대구의 해웅(조진웅)은 이번만큼은 기필코 금배지를 얻고야 말리라는 야심에 불타오른다. 무조건 이기는 게임이라 믿었던 공천싸움에서 어이없이 고배를 마시자 해웅은 보이지 않는 권력과의 싸움을 선언한다. 영화 '대외비'는 권력에 눈먼 자들이 벌이는 한바탕 싸움을 그린 범죄 드라마다. '악인전' '대장 김창수'를 만든 이원태 감독이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여기에 한국을 대표하는 명품 배우 조진웅, 이성민, 김무열이 뜨거운 연기 각축을 벌인다. 영혼을 팔아서라도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 해웅, 권력과 은밀하게 연결된 숨은 실세 순태(이성민), 해웅을 통해 인생역전을 꿈꾸는 조폭 필도(김무열) 등 타락한 인물군상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황당하면서도 한편 혼탁한 한국 정치현실과 오버랩 되면서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영화 '대외비'는 대개의 정치 이야기들이 가지는 공식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다. 공정과 정의를 내세운 인물이 결정적 한 방을 던지는 것이 기존 정치드라마의 텍스트였다면, 영화 대외비의 그들은 정치를 하는 명분과 철학은 살짝 숨겨 두었다. 오로지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는 탐욕과 동물적 본성만 부글부글 들끓는다. 권력을 찾아 불나방처럼 달려가는 이들은 악마와의 거래도 사양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연기장인들의 농익은 연기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배우들이 극을 이끌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특히 조진웅은 평생 숙원인 '금배지'를 얻기 위해 악마와 손잡는 해웅으로 뼛속까지 변신을 했다. 그렇지만 실제로 국회의원의 꿈을 꾸냐는 질문에는 "1도 없어요"라며 단칼에 거절했다.

▶'경관의 피' '퍼펙트맨' 등 전작들과 비교해 어떤 작품인가.

"개인적으로 상황이 인물을 끌고 가는 것보다 인물이 상황을 끌고 나가는 작업에 매력을 느끼는 편이에요. 이번 작업에서도 격변하는 상황 속에서 해웅이 극을 끌고 나가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간군상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

▶해웅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어떠했나.

"해웅이라는 인물을 살리기 위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한 것 같아요. 순태라는 강력한 권력 앞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쉽지 않았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해웅의 입장에서 순태의 그늘로 들어가는 것밖에는 달리 선택의 길이 없었을 듯도 해요. 어쩌면 그런 면에서 해웅이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오히려 쉬운 작업이었어요."

▶액션과 선거유세 등 군데군데서 역동적 장면이 많은 듯하다. 촬영에 어려움은 없었는지.

"어쩜 그렇게 영화를 찍는데 매 신마다 소리를 지르는지(웃음) 사실 제가 살면서 선거유세를 할 일은 없었잖아요. 일반 강연과 다르게 유세라는 건 '나를 뽑아 주십시요' '내가 여러분을 이끌고 가겠다'는 확신을 유권자에게 줘야 하는 거잖아요. 정말 힘이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액션부분에서는 저보다 김무열씨의 고생이 더 많았어요. 제가 촬영할 때는 연탄재도 깔아주고 했는데, 김무열씨는 생으로 소화해야 했거든요."

▶해웅이 악에 물들어가는 과정을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워진다든지, 옷의 빛깔이 어두워진다든지 등에서 알 수 있었다. 연기적으로는 어떻게 표현했나.

"쉽지 않은 작업이었고,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지점이 아니었다. 절대 악이 있고, 나를 돕는 필도가 있었기에 공동체 작업을 펼쳤다. 악의 명분으로 나아가는 장면을 찍을 때는 다 같이 연기를 했다."

▶정의와 공정이 승리하는 보통의 정치드라마 공식과는 조금 거리감이 있는 듯하다.

"항상 정의가 승리한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바람은 아닐까요.(저는 시나리오를 보면서) 감독님이 대개 솔직한 담론을 펼쳐놓았구나, 오히려 그 점이 더 매력적인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지역을 살리겠다며 주민과 교감을 나눈 해웅이 (악마처럼) 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여기에 우리네 모습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의 제목이 'Devil's Deal(악마의 거래)'이다. 감독은 권력과 인간의 욕망에 대한 속성을 담고자 한 제목이라고 표현했다. 어떤 장면에서 영어 제목을 극명하게 느낄 수 있나.

"후반부에 해웅과 순태가 마주 앉아 마지막 딜을 하는 장면이 있어요. 순태가 '너가 이런다고 바뀔 것 같애'라고 할 때 해웅은 제 기대와 다르게 의외의 선택을 하게 되는데, 아마도 이 지점이 영혼을 넘기는 장면이 아닐까 싶어요."

▶부산 출신인데, 영화의 배경인 1990년대 부산을 기억하는지.

"그 해에 롯데자이언츠가 한국시리즈 야구 우승을 했죠.(웃음) 저는 그때 서울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었어요. 사실 이번에 영화가 부산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정작 부산에서의 촬영은 많지 않았어요. 부산의 지형이 상당히 가파르고 비탈진 데다 90년대의 고증을 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부산 로케의 분량이 많지 않았죠. 대신 여수, 거제 등 전국의 아름다운 곳을 돌아다니며 촬영해 경치 구경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무척 행복했어요."

▶이성민 배우는 지난 기자간담회에서 조 배우에 대해 '존경하고 존중하는 배우'라고 표현했다. 이성민과 작업한 소감은.

"KBS '열혈장사꾼'(2009년)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 그때 우리 둘 다 조역으로 성민 형과 처음 만났어요. 그때 찍은 사진이 아직도 제게 있더라구요. 중요한 건 촬영장에서 만나는 성민 형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거예요.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의 불편함이 없이 연기할 수 있어요. 성민 형과 작업을 하기 전에 크게 상의하거나 하지 않아요. 슛이 들어가면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에너지, 기운이 느껴지는 대로 따라가는 거죠. 성민 형은 이번 작업에서도 첫 미팅에 절룩거리는 설정으로 나타나시더니 저희들을 잘 리드해 주면서 촬영장에 큰 에너지를 주셨어요."

▶연극배우에서 출발해 영화로 진출한 케이스다. 최근 영화인들이 연극무대로 돌아가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연극에 대한 관심은 없는가.

"항상 있어요. 저는 연극배우인걸요. 그래서 저는 언제가 될지라도 연극을 하게 된다면 부산으로 내려가서 예전의 그 친구들, 동지들과 함께 연극을 하고 싶어요. 이유는 제 고향이 부산이에요. 거기서 함께 작업한 동지들이 편해요. 편하다는 건 같이 움직일 수 있는 정서적 시스템이 굉장히 잘 맞춰져 있다는 의미일 테죠. 오래전 연극판에서 장면 하나를 놓고 밤새도록 토론하고, 갑자기 일어나서 연기를 했던 그 열정의 깊이감이 그립기도 해요."

▶그 시절 선후배 연극인과 요즘도 교류하고 지내나.

"지금까지 연극을 계속하는 선배, 후배도 있지만 연극을 안 하고 있는 동문도 많은 듯해요. 가끔 그들과 만나서 소주 한잔 기울이며 연극 얘기도 하고, 영화적 힌트도 얻고 그럽니다. 옛 선후배들이 큰 도움을 주기도 하는데, 일테면 제가 '명량'에서 일본어 고어체 분량으로 고심할 때 일본서 유학하는 선배가 일본의 사극 전문 배우를 섭외해서 녹음파일을 보내주기도 했지요."

▶어려운 장면 장면을 잘 소화한 것을 보면 천상 배우라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스스로 배우가 천직이라고 느끼나.

"연기할 때 가장 신이 나는 것 같아요. 열심히 촬영하고 저녁에 수고한 사람들이 모여서 소주 한잔 기울이며 작업 얘기를 나눌 때 정말 행복해요. 저는 사람들이 왜 이 재밌는 연기를 하지 않는지 그게 더 궁금해요. 솔직히 연기를 하면서 자아가 깨지기도 하고, 어려움에 상처받고 울고불고 했어요. 하지만 그런 모든 걸 떠나서 연기라는 작업만큼 재밌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영화 '대외비'가 조진웅 배우의 필모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아주 진지하게 저에 대해 고민을 해봤던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 제게 질문할 때 '이지한 형사처럼 정의로우냐'라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하고 싶어요. 그러나 앞으로 제 삶에서 전해웅이 선택한 상황을 굳이 만들지 않겠지만, 악에게 무릎 꿇고 살고 싶지도 않아요. 어쨌든 영화 캐릭터에서 많이 배우게 되는 듯해요."

글=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사진 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