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에 밀린 상인 지속 유입
골목 인기끌자 임대료 치솟아
일부는 석달도 못 버티고 떠나
3일 밤 대구 중구 교동이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문전성시를 이루던 교동상권은 1990년대 후반 들어 쇠퇴의 길로 들어섰다. 1차적으론 외환위기로 내수시장이 얼어붙은 영향이 컸다. 이어 2000년대 초부터 들어선 대형마트는 교동상권의 쇠락 시계를 더욱 빨리 돌렸다. 특히 2002년 북구 산격동 대구종합유통단지의 입주가 시작되자 교동 전자상가 상인들은 대거 이곳으로 옮겨 갔다.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도 교동 상인의 설 곳을 더욱 협소하게 만들었다. 교동에서 35년간 전자상가를 운영해 온 전종남(53)씨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하루 매출이 600만원에서 1천만원에 이를 정도였는데, 지금은 하루에 100만원도 못 번다"고 말했다.
한동안 청년 발길이 끊겼던 교동에 변화의 조짐이 일기 시작한 것은 중구에 재개발·재건축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치면서다. 지난 3일 대구 중구청에 확인한 결과, 2019~2020년 중구지역의 재개발·재건축구역은 총 27곳이었다. 생업 터전을 잃고 옮겨야 할 처지에 놓인 동인·봉산·대봉동 상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교동으로 가게를 이전했다. 이들이 상가 이전지로 교동을 택한 이유는 권리금과 임대료가 저렴하고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와 가까와서다.
교동상권 부활에 불을 댕긴 상가는 2014년 문을 연 호프집 '디스트릭트'와 빨간색 자판기로 꾸민 출입문으로 SNS에서 유명한 'Relax053'이다. 두 가게는 SNS에 2천번 이상 언급될 정도로 교동에서 가장 '핫한' 가게가 됐다. 이후 대로변을 중심으로 상가들이 번져 나갔고, 지금은 전자상 밀집 골목에도 술집과 카페가 빼곡히 들어서 있다. 그렇다고 모든 상가가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것은 아니었다. 교동에서 명동통닭을 운영하는 손미자(64)·미숙(61)씨 자매는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여행사가 줄줄이 폐업하면서 카페와 술집들이 갑자기 몰려왔다"며 "청년들이 몇 달 버틸 수 있는 자금도 없이 창업했다가 석 달도 못 버티고 가게 문을 닫고 나가는 사례도 여러 번 봤다"고 말했다.
최근 5년간 생겨난 상가들은 기존의 낡은 간판을 바꾸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때문에 손님들은 후미진 곳에 있는 가게를 찾느라 생고생(?)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이색 경험은 MZ세대에게 잘 먹히는 마케팅 포인트였다. 사람이 몰리는 트렌디한 상가가 되려면 확실한 '콘셉트'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점주들이 새삼 깨닫게 됐다.
하지만 동네가 뜨면서 치솟는 임대료는 상인에게 새로운 위협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상인은 "교동은 10년 새 유행처럼 상가가 생겼다가 없어졌다. 요즘 매출은 코로나 팬데믹 시대 이전으로 돌아갔다고 볼 정도로 높아졌다"면서도 "교동의 유행도 길지 않을 수 있다. 교동이 지금의 인기를 계속 유지하려면 기존 상권과의 연계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이남영기자 lny0104@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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