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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칼럼] 의료전달체계

2023-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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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지난달 19일 대구의 17세 여학생이 4층 건물에서 추락하는 사고로 구급차에 실려 2시간 동안 4개 병원 응급실을 전전하다 사망했다. 4개 병원 중에는 대학병원으로 대표되는 3차 상급종합병원도 포함돼 있었지만, 대학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 응급실 과밀화 등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고 환자가 골든타임 내에 치료를 받지 못해 생명을 잃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의료전달체계의 사전적 의미는 종합병원에 환자가 집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병원과 의원을 거친 다음 종합병원으로 가도록 하는 제도이다. 의료전달체계에 의하면 국민이 안정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1·2·3차 병원이 각각의 역할을 분담하여 1차 의료기관에 해당하는 의원은 두통·감기와 같은 가벼운 질환을, 대학병원으로 대표되는 3차 상급종합병원은 희귀성 중증 고난도 질환을, 2차 의료기관인 종합병원은 장기 입원 치료나 복수의 진료과 협진이 필요한 환자의 치료를 담당하도록 권고한다. 하지만 3차 상급종합병원 응급실 가동률이 100%를 넘고 있으며 응급 환자가 적시에 진료를 받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이에 대한 우려와 해결 방안 모색을 위해 작년 11월 대구시 의사회 지역의료발전 심포지엄에서 1차 병원과 3차 상급종합병원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2차 병원의 역할 강화 방안에 대해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모여 토론했다.

2차 병원은 전공의가 진료를 보는 대학병원 응급실과 달리 전공의 과정을 모두 마친 전문의가 직접 진료를 하기 때문에 의사 결정 속도가 빠르고 신속한 치료가 가능하다. 급성기 질환을 용이하게 치료할 수 있으며 합병증 또한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일반 환자에게 이러한 장점은 잘 알려지지 않은 현실이다. 잘려 나간 신체 부위를 봉합하여 살려내는 수술 케이스로 명성을 얻고 있는 대구의 모 2차 병원은 야간이나 공휴일에도 응급 수술을 하다 보니 직원들이 힘들어 퇴사를 하기도 하고 고용노동부 감사로 인해 이중고를 겪기도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초등 의대반이 생기고 우수한 인재들이 이공계 진학을 포기하고 의과대학을 진학하는 등 입시 현장에서 의대 열기는 광풍에 가깝다. 하지만 의과대학을 졸업한 최고의 인재들이 한국 의료 현장의 적재적소에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대구의 경우 야간에 소아과 의사가 소아 응급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이 칠곡경북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밖에 없고 소아과 전공의 모집에 아무도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10대 여학생 응급실 표류 사망 사건은 의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다.

10대 여학생 사망 사고 이후 당·정협의회에서 야간 휴일 당직비 지원, 보험 수가 인상, 환자의 중증도에 따른 분산 체계 구축, 중증응급의료센터 수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발맞추어 병원들 또한 협력하여 심기일전해야 할 시점이다. 3차 상급종합병원은 경증 환자의 임상 치료와 병상 수 증설보다 연구와 교육에 보다 집중하고 지방의 1·2차 병원 의료진은 이러한 3차 상급종합병원의 최신 의학 연구 결과를 도입하고 활용하여 조직에 내재화함으로써 지방 환자들이 무작정 3차 상급종합병원으로 직진하는 현상을 줄여야 한다. 정부의 재정 지원과 환자 분산 노력에 발맞추어 1·2차 병원들도 의료 역량 강화와 서비스 개선 노력을 통해 국민의 인식을 개선한다면 의료시스템이 보다 원활하게 작동될 수 있을 것이다. 의료전달체계가 살아야 국민 의료도 산다.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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