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나게, 멋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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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대봉동 '육즙'의 대표 메뉴인 '꽃목살'과 '항정살'. |
봄소녀가 새 풀옷을 입고 제 오셨던 계절. 그해, 그 계절을 나는 이렇게 추억하고 있다. 자가격리 중 창밖으로 넘어오는 봄 내음이 마음 말랑하게 살랑살랑 불어와 당장이라도 문을 박차도록 속삭이던 계절이었다.
일주일 간격으로 각자 자가격리를 마친 봄소녀와 기자가 찾아간 곳은 대구 중구 대봉동 김광석길에 있는 고깃집 '육즙'이다. 반복된 삼겹살 모임을 벗어나 새로운 부위를 탐해 공들여 찾은 가게였다. 혹시나 싶어 찔러본 자가진단 키트에 '양성'이 뜨면서 계획된 일정은 보름간 미뤄졌지만 애써 찾은 보람이 있었다.
이름값을 한다고 표현하면 모자람도 보탬도 없다. 나온 고기는 직원이 직접 구워준다. 마치 육즙을 가두듯 달아오른 불판에 겉면부터 익히기 시작한다. 이윽고 마주한 '꽃목살'과 '항정살'을 입안에서 터뜨리면 맛이 흘러나온다. 예민한 입맛을 가지진 않았지만 부위별로 확연히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풍미를 가득 품은 육즙은 매 순간 입안을 즐겁게 한다. '본삼겹'과 '삼겹살' 메뉴도 있어 다양한 취향에 맞출 수 있다.
상차림을 할 때 유독 눈에 띄는 점은 플라스틱 통에 담겨 나오는 '김'이다. 바다향을 품은 김에 싸 먹으면 서로 다름에 끌리듯 즐거움을 한껏 끌어올릴 수 있다. 각종 밑반찬과 소스를 차례로 곁들여 먹으면 물릴 틈 없이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가장 맛있는 조합을 찾는 재미까지 더할 수 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김치찌개는 술꾼들의 발걸음을 재차 재촉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틈틈이 털어 넣은 술에, 성큼 다가온 봄에 어느새 취한다.
다신 오지 않을 계절, 추억하는 유일한 방법. 그날에 느꼈던 오감을 힘껏 떠올려본다. 글·사진=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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