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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우 (싱어송라이터) |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피타고라스'를 이야기할 때 많은 이들이 수학을 연상하겠지만 나는 소리의 울림과 빛깔의 조화를 연상하게 된다. 그는 신비적이고 종교적인 것과 과학적이고 수학적인 것을 통찰로 연결하여 우주의 질서와 조화를 발견했으며 수학을 기반으로 음악의 7음계를 정립했을 만큼 음악이론과 리라(고대의 발현악기·통기타의 조상) 연주에도 조예가 깊었다. 또한 그가 최초로 증명한 기하학 '피타고라스의 정리'와 정오각형에서 발견한 가장 이상적인 '황금비율'은 고대부터 현재까지 수학과 예술작품에 응용되고 있으며 수천 년이 흐르는 동안 각자의 시대에서 빛나는 업적을 남긴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서양화를 전공한 뒤 오랜 세월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후배가 있다. 3년 전쯤 그가 기타를 배우고 싶다며 어떤 기타를 사면 좋겠냐고 물었다. 당시 그는 서울의 가족들 곁을 떠나 충청도의 바닷가에 있는 조부모님 집을 아틀리에로 개조해서 작품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가 기타를 산다고 해도 그곳은 도시와 멀리 떨어진 시골이어서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만약 독학으로 시작한다면 기초과정부터 힘든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영상통화를 이용해서 내가 기타를 가르쳐주기로 하였다. 그리고는 그에게 중도 포기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요구했다. 내가 그렇게 했던 이유는 대부분의 기타 입문자들이 몇 개월 이내에 포기하는 것을 흔히 봐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3년이 지난 지금 그는 노래와 기타실력이 아마추어로서는 상당한 수준이 되었다. 후배는 기타를 가르쳐줘서 고맙다는 말을 자주 하지만 그럴 때마다 오히려 내가 더 고마웠다. 오직 미술밖에 모르고 음악은 감상만 할 줄 알았던 사람을 내가 이 정도의 수준까지 올려놓았다는 것에 희열을 느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후배가 작품구상을 할 때 지척에 있다는 바닷가에 나가서 기타연주도 하고 사색도 하면서 많은 영감을 얻었으면 좋겠다.
내 주변에는 음악과 미술을 비롯해 여러 가지 재능을 모두 가진 예술가들이 있다. 그들을 음악가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작가나 화가라고 해야 할지 애매할 때가 많다. 후배 하나는 작문과 음악을 하는 것도 모자라서 최근에 추상화 개인전까지 열었으니 이제는 그에게 어떤 호칭을 붙여야 할지 난감하다. 또 다른 후배는 미대를 다니며 통기타 가수로 활동했었는데 지금은 인정받는 중견 작가다.
시간 예술인 음악과 공간예술인 미술은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술을 시간과 공간으로 분류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음악을 들으며 내면의 시각으로 관찰한 것들을 점·선·면으로만 현대추상화를 그린 '바실리 칸딘스키'와 그의 친구이자 '청기사파'(표현주의 화풍)의 동료인 천재화가 '파울 클레' 그리고 조성음악에서 으뜸음을 배제하고 12음계를 동등하게 배열하여 무조음악을 창안한 음악가 '아르놀트 쇤베르크' 등 20세기 초에 활동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었던 이들을 조명해 봤을 때 그들 역시 내 주변의 예술가들처럼 음악과 미술 양쪽 모두에 재능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결국 모든 예술은 서로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며 이제는 한발 더 나아가 예술과 비예술이 경계를 넘나들며 교감하고 협업하는 융복합예술의 시대가 되었다. 싱어송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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