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은 아이들의 표정과 웃음에서 그들의 달라진 일상을 느낀다. 코로나19를 이겨낸 아이들이 더욱 밝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모든 어른은 바라고 있을 것이다.
다섯 살, 여덟 살 남매를 키우는 경북의 한 30대 주부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감염자가 속출했을 때 한동안 아이들이 밖에 못 나가고 집안에만 있어야 했다"며 "흙을 밟고 마음껏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집에만 있는 것을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파 아이들 몰래 울기도 했다. 어린 아기도 마스크를 씌워야 했는데 그것도 많이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제 엔데믹이 되고 아이들이 친구들과 까르르 웃는 것을 보면서 기뻤다"고 했다.
코로나19 상황이 다소 안정되면서 유치원 등 어린이들이 모여서 학습·생활하는 시설의 분위기도 한층 더 밝아졌다고 한다. 한때 어린이들에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화를 하거나 노래를 하는 기본적인 행위들도 제약이 가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유치원에 아이들 말소리, 노랫소리가 다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아이들은 다시 밝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림유치원 조수경 원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심했을 때와 지금, 아이들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낀다. 아이들 표정 자체가 훨씬 밝아지고, 그 나이에 필요한 교육이 자연스레 이뤄지게 됐다"며 "아이들이 마스크를 쓰고 생활할 때는 서로 눈만 보고 감정을 읽어내야 했다. 아이들 시기에는 표정과 함께 언어 전달이 되는 것이 중요한 데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마스크 착용 자율화로 아이들이 전체 얼굴을 드러내면서 비로소 상대의 다양한 표정과 감정을 읽어낼 수 있게 됐다. 기쁜 마음, 속상한 마음, 슬픈 마음 등 다양한 감정들을 다 읽을 수 있으니 아이들의 언어 표현, 특히 형용사의 표현이 굉장히 풍부해졌다"고 설명했다.
조 원장은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았을 때는 단체로 차를 타고 유치원 밖을 나갈 수도 없었다. 아이들은 그 나이 때에만 할 수 있는 체험과 경험을 누리고, 또래들과 함께 놀이로 배워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제약이 너무 많아 안타까웠다"며 "물론 지금도 식사 때 가림막 등 코로나19 예방조치가 남아있는 부분도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아이들의 활동 범위가 훨씬 넓어지고 감정도 편안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아이들의 속도에 맞춰가며 치유와 회복의 길로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책 '코로나가 아이들에게 남긴 상처들'에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최초의 장기적·사회적 고립과 정서적 단절, 등교 금지와 학습 불능 상황을 경험한 아이들과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정서적 치유와 돌봄, 관계와 공동체 회복을 추구하는 일"이라며 "천천히 이런 일을 해나가면서 아이들의 속도와 조율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수경 원장은 "아이들은 자신들이 배운 규칙을 잘 지키기 때문에 '마스크 쓰기' '손 씻기' '환기하기' 등 방역수칙을 따르면서 지혜롭게 코로나 시기를 견뎌냈다"며 "팬데믹을 겪은 아이들이 모든 아이의 권리인 '행복할 권리' '자유롭게 놀 권리' 등을 서서히 찾아갈 수 있도록 어른들이 도와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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