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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
바로 어제 튀르키예에서는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치러졌다. 대선에서는 두 후보 즉 에르도안 현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케말 클르츠다로을루(74)가 예측불허의 접전을 벌였다. K.K.라고 불리는 이 야당 후보는 20년 장기 집권한 현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여섯 야당이 합동으로 내세운 단일 후보다. 누구든 과반을 얻지 못하면 이달 28일에 상위 득표자 두 명을 두고 결선 투표를 한다. K.K.가 조금 앞선다는 여론이 있지만 공정선거에 대한 의혹도 있다.
K.K.는 여러 면에서 에르도안과는 대조적이다. 그는 어릴 때 하도 가난하여 교통비를 아끼려 걸어 다녔고 신발을 사면 몇 년은 신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현 대통령이 쌓아놓은 아성을 무너뜨리겠다는 것을 첫째 공약으로 내세웠다. 에르도안이 두 차례 국민투표를 통해 자신의 권력을 확장했는데 그것을 바로잡아 사법부, 중앙은행, 외무부의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천정부지의 인플레이션을 틀어잡고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또 단임, 즉 5년 뒤엔 꼭 물러나겠다고 약속했다. 현 대통령은 호언장담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터프가이인데 비해 K.K.는 차분하고 말이 부드러운 '보통사람'의 인상을 준다. "우리의 민주주의, 경제, 사법제도, 자유가 위협받는 것은 바로 에르도안 때문입니다. 저는 국가를 제자리에 올려놓고 상처를 치유하며 삶의 기쁨을 돌려드리겠습니다." 5만명의 사망자를 낸 지난 2월의 지진도 현 정부의 늦장 대응과 허술한 건설 계획 탓으로 돌렸다. 에르도안은 외교에서도 우크라이나를 도우면서도 러시아의 제재에는 참여치 않고 있어 미국 등 동맹국들이 내심 그의 낙선을 바라고 있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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