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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그림이 걸린 '내 공간'의 응원

202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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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섭〈큐레이터〉

왠지 마음이 구겨진 것 같은 날들이 있다. 그런 날엔 소파에 힘없이 축 처져 누워있다. 그러다 눈길을 돌렸을 때 거실에 걸려있던 그림과 문득 눈이 마주친다. 그림이 자상하게 웃어주는 것 같다. 어떤 그림은 꽃을 사실적으로 그렸고, 어떤 그림은 들판에 신문지를 깔고 청년이 잠들어 있다. 그림들의 주제와 형식은 다르고, 그림들이 나에게 해오는 말도 다 다르다. 하지만 어떤 그림이든 하나하나 얘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현실에서 잠시 한 발짝 떨어진 느낌이 든다. 순간적으로 미의 세계에 발을 담그게 하는 것이다. 미의 세계 속에서는 현실에 푹 잠겨있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새롭게 인식하게 된 현실로 나는 다시 발길을 옮긴다. 그렇게 나는 그림에서 위안을 얻는다.

그림을 집에 건다는 것은 참 매력적인 일이다. 그림을 걸게 됨으로써 나의 공간은 좀 더 '내 공간'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색과 질감은 다르다. 구상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추상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많은 것이 그려진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정돈되고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무슨 그림을 선택하고 조합해서 벽에 거느냐에 따라 공간의 성격은 달라진다. 공간은 나의 선택들로 인해 나를 닮아간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작가님의 몫이지만, 수많은 그림 중에 특정 그림을 선택하고 배치하는 것은 나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내 공간'은 나를 더 소중하게 만들어주는 느낌이 있다. 내가 나를 존중하는 기분이랄까. 밋밋하고 단조로웠던 벽에 시각적 흥미를 더함으로써 벽에 깊이와 따뜻함이 더해진다. 새로운 색상과 질감, 패턴이 생기게 됨으로써 공간에 역동성이 더해진다. 더불어 그림은 이동이 쉽기 때문에 공간에 한 번씩 변화를 주는 것도 어렵지 않다. 시즌별로 내 삶에 활력과 에너지를 주고 나를 응원해 주는 공간을 만들 수 있다.

고객들께 꼭 하는 말이 있다. 집에 그림을 걸어보기 전과 걸고 난 후의 세상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그림을 사면 막연히 좋을 것 같지만 사는 것까지는 용기를 내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상상과 실제에는 거대한 간격이 있다. 그림이 걸린 공간에서 마음껏 위안받는 나로서는 한 번 도전해 보시라는 충고를 꼭 해드린다. 그림 자체가 주는 에너지를 받는 것도 좋은 일이고, 내 공간이 나를 닮아가고 나를 응원해 주는 느낌을 받는 것도 좋은 일이다. 물론 좋은 작품들은 가격이 비싸다. 그러나 정말 좋은 것들은 그 가치를 다한다. 만약 그림을 샀는데 별로였다면, 자신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지인의 행사니까, 값이 오를 거라고 하니까 산 것일 수 있다. 남에게 휘둘려 산 것이 정녕 좋은 기운을 줄까. 나에게 말을 걸어오는 그림(별로 좋지 않은 그림은 나에게 말을 안 건다.) 후보 중에서 제일 좋았던 것 하나를 골라 도전해 보자. 그림을 걸고 공간을 꾸미는 일은 나를 알아가는 멋진 과정이다.
안효섭〈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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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섭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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