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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범순 (사) 경북시민재단 이사장 영남대 교수 |
최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가 뜨겁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은 G7 정상회의를 히로시마에서 열었다. 외교적 의도가 분명하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는 무려 30년에 걸쳐 이어지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지적과 우려를 충분히 경청해야 할 사안이다. 현재뿐만 아니라 한국의 미래세대는 적어도 향후 30년 동안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국가는 국민의 안전·건강·생명을 위해 철저한 검증과 대책을 당연히 요구해야 한다.
후쿠시마 문제는 대구경북의 문제이기도 하다. 동일본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문제는 대구경북이 한국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2021년 현재 한국의 원전 총 24기 가운데 11기가 경북도에 있다. 경북도와 인접해 있는 고리·신고리 원전까지 합치면 총 18기에 이른다. 건설 중인 2기도 경북도에 있다. 대구경북은 한국에서 원전 밀집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지역인 것이다. 국가활성단층조사단에 따르면 원전이 밀집해 있는 경북과 경남에 활성단층이 16곳 존재한다. 활성단층은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을 의미한다. 조사단은 이들 활성단층이 가까운 미래에 큰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16곳 가운데 7곳은 원전에서 반경 32㎞ 안에 있고, 경주지진과 포항지진을 일으킨 활성단층은 원전 밀집 지역에서 1㎞ 남짓 거리에 있다. 후쿠시마 문제는 대구경북이 겪을 수 있는 문제인 것이다.
2011년 3월11일 동일본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는 일본이 이 문제에 어떻게 임할지 관심이 컸다. 단적으로 일본이 '원전 제로'를 택할지 원전을 재가동할지 주시했다. 그 선택이 21세기 일본의 가늠자가 될 것이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일본이 원전 제로의 길을 선택하기를 바랐지만 기대는 역시 어긋났다. 알다시피 독일이 오히려 후쿠시마 원전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했다. 당시 메르켈 총리는 후쿠시마 문제가 발생하자마자 "일본 원전 사고를 생각하면 우리는 그냥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발표하고 2개월 동안 100회에 달하는 전문가 위원회와 토론회를 거쳐 "핵에너지의 위험은 완벽히 통제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실수가 절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만 가능합니다. 만일 실수가 생긴다면 그 피해는 너무나 치명적이고 영구적입니다"라는 연설과 함께 탈원전을 선언했다. 그리고 독일은 최근 2023년 4월16일에 선진국 최초로 원전 제로 국가가 되었다. 이러한 독일의 선택은 후쿠시마 문제의 당사국인 일본이 역사 책임과 전쟁 책임에 대해 취하는 태도와 더불어 또 하나 극명한 대조를 보여준다.
의외의 사실이 후쿠시마 문제의 심층에 있다. 일본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 가운데 압도적으로 많은 분리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2013년 현재 국내 보유량만으로 핵무기 6천개를 제조할 수 있다. 국외에는 국내 보유량의 4배 가까운 분리 플루토늄이 있다. 일본의 분리 플루토늄 보유량이 1991년 버블 붕괴 이후 급증하기 시작한 것도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후쿠시마 문제 이후에도 일본이 원전을 재가동한 것은 또 다른 위험한 전략과 맞닿아 있을 수 있다. 일본은 근대 이후 동아시아에서 많은 전쟁을 일으킨 '전쟁국가'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원전 제로' 국가 독일은 핵무기 비보유국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는 그 자체로 매우 심각한 문제인 동시에 그 심층에 있는 사실과 일본의 욕망까지 시야에 넣어서 살피고 판단해야 한다.
최범순 (〈사〉경북시민재단 이사장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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