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끈 놓지 않는 배수용씨
월~금 등교하듯 복지관 강좌 출석
6.25전쟁 땐 장사상륙작전 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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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강의를 듣기 위해 지난 12일 경북 경산시노인복지관을 찾은 배수용 어르신. 그는 올해 우리 나이로 100세임에도 불구하고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
지난 12일 경산시노인복지관 일본어 강의실에서 그를 만났다. 수업 시작 10분 전이지만 배 어르신은 이미 교실 맨 앞자리에 앉아 수업 준비를 하고 있었다. '6·25 참전 유공자' 글씨가 새겨진 모자와 조끼, 그리고 펜던트 등으로 치장한 모습이 특이했다. '호국행사에 참석하려는가 보다'라고 짐작하던 순간 옆자리 수강생이 "평소 교복처럼 입고 다니는 복장이다. 충무무공훈장과 화랑무공훈장 등 훈장을 두 개나 받은 국가 유공자"라고 귀띔했다.
이어 함께 공부하는 어르신들이 이구동성으로 "이 교실에서 그가 가장 모범생"이라고 말했다. 일본어 배우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배 어르신은 "오래돼 잊어버리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 학교에서 배웠던 기억이 있어 일본어는 공부하기 비교적 수월하다"며 "원어민 일어 강사에게 어려운 한국어 표현에 대한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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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경북 경산시노인복지관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은 배수용(앞줄 오른쪽 둘째) 어르신이 일본어 강의를 듣고 있다. |
최근 건강검진 결과 신체나이가 60대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건강비결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배 어르신은 "그냥 열심히 움직이고, 무엇이든 배우고, 사람들과 만나며 즐겁게 사는 거지"라며 별 다른 게 없다는 답을 내놓았다. 다만 그는 "10여년 동안 등산을 했는데 나이가 드니 다리가 아파서 2017년부터는 새벽마다 인근 대중목욕탕에서 수중 걷기와 물맛사지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년 전에는 자전거로 복지관에 다니기도 했는데 언덕에 위치한 복지관까지 오르막길이 힘들어 전기자전거로 바꿨다"며 웃었다. 요리도 직접 한다. 그는 "가까이 살고 있는 딸이 매일 와서 청소도 해주고 반찬도 만들어 주긴 하지만 5년 전 아내와 사별 후 직접 식사준비를 하고 설거지를 한다"고 했다.
배 어르신은 1954년 전역 후 대구에서 철망 제작업과 목재 일을 하다 1980년대 초반 경산으로 이사 왔다. 이후 경산시 재향군인회와 무공수훈자회를 창설하고, 무공수훈자회 경산지부장과 경북도지부 사무국장을 10여년 지내는 등 보훈단체에서 활동했다. 그는 "이제 나이가 들어 모든 단체의 고문으로 물러나 있다"며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장사전투 참가자 700여명 가운데 50여명이 생존했는데 지금까지 살아있는 사람은 5명밖에 없다"고 씁쓰레했다.
글·사진=천윤자시민기자kscyj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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