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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극장가 찾아온 '아름다운 이별'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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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인생 10년' <디스테이션 제공>

누구나 살면서 필연적으로 영원한 헤어짐을 경험한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 보내는 예기치 않은 순간이 다가왔을 때 우리는 어떤 아름다운 이별을 맞이할 수 있을까. 고귀한 죽음, 아름다운 헤어짐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돼 관심을 모은다. 난치병을 선고받고 생의 마지막 시간에 나누는 사랑을 그린 '남은 인생 10년', 캐나다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인 '나의 사소한 슬픔', 장례지도사의 시각에서 본 죽음을 그린 '굿바이' 등이다.

'남은 인생 10년' 시적표현 눈길
생의 마지막 사랑 사계절간 촬영
자매 삶 그린 '나의 사소한 슬픔'
加 미리암 토우스 자전적 이야기
첼리스트 출신 장례지도사가 본
음악과 어우러진 헤어짐 '굿바이'

◆너를 만나 세상은 아름다웠어

영화 '남은 인생 10년'은 스무 살에 난치병을 선고받은 마츠리와 복잡다단한 삶의 무게로 생의 의지를 잃어버린 카즈토가 만나 나누는 생의 마지막 사랑을 그린 작품. 최근 극장가에서 소리 없는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4일 개봉한 영화는 '분노의 질주: 라이드 오어 다이' '인어공주'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3' 등 대작들 사이에서 첫 주말에 6만 관객을 기록하는 등 조용하지만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수입사 측은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주연배우 고마츠 나나와 사카구치 겐타로의 내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영화의 원작인 동명 소설은 SNS를 중심으로 뜨거운 반응을 얻어 베스트셀러가 된 화제작이다. 영화화 과정도 관심을 모았는데, 주연배우의 캐스팅이 확정되자 촬영이 시작되기도 전에 일본 로맨스 영화에 한 획을 그을 작품으로 일찌감치 떠올랐다.

후지 미치히토 감독은 아름다운 영상미로 정평이 난 인물이다. 그는 마츠리와 카즈토가 보낸 마지막 사계절을 담기 위해 무려 1년여에 걸쳐 촬영을 했다. 해 뜰 무렵의 고요한 새벽풍경을 비롯해 꽃이 피고, 계절이 익어가고, 눈이 내리는 등 눈부시게 아름다운 사계절의 모습을 시적영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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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소한 슬픔' <스튜디오 에이드 제공>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

'나의 사소한 슬픔'(마이클 맥고완 감독)은 엘프와 욜리 자매의 숨겨진 가족사에서 출발해 존엄사와 웰다잉을 주제로 한 이야기다. 베스트셀러 작가인 캐나다의 미리암 토우스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에서 만들어졌다.

가족이지만 타인으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자매는 10년 전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감한 아버지의 존재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아동도서 작가인 동생 욜리는 결혼생활에 실패하고 경제적 압박을 받으며 빡빡한 일상을 살고 있다. 반면 성공한 피아니스트인 언니 엘프는 다정한 남편과 누구나 부러워하는 저택에서 살아간다.

그러던 중 언니 엘프의 자살 시도를 계기로, 평온하던 이들 자매의 오랜 슬픔이 수면 밖으로 떠오른다. 극 중 욜리는 "엘프는 죽고 싶었고 나는 언니가 살기를 원했기에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는 적이었다"고 말한다.

제목 '나의 사소한 슬픔'은 영국의 대표적인 낭만주의 시인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가 쓴 "나에게도 자매가 있었다 딱 한 명의 자매가/ 그녀는 날 사랑했고 난 그녀를 소중히 여겼다/ 그녀한테 내 사소한 슬픔을 전부 토해낼 수 있었다"의 시구절에서 인용했다.

영화는 셰익스피어, 버지니아 울프, 라흐마니노프 등 다양한 예술가의 작품과 문학성이 가득한 대사, 감성적인 OST를 통해 '삶과 죽음'이라는 심오한 주제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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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첼로 선율에 담은 죽음

첼리스트 출신 장례지도사의 시각에서 본 아름다운 이별을 그린 영화도 있다. 이달 말 재개봉하는 '굿바이'(다키타 요지로 감독, 모토키 마사히로 주연)는 어쩌다 장례지도사가 된 다이고가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이들에게 전하는 가슴 따뜻한 메시지를 담았다.

오케스트라 해체 통보를 받은 첼리스트 다이고는 아내 미카와 고향으로 내려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그는 아내와 주변인들의 거센 저항에도 불구하고 우연한 계기로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장례지도회사의 직원이 된다.

자신의 직업을 숨기며 출근하던 다이고는 어느 순간부터 사장의 경건한 태도에 감화되어 조금씩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다. 애정 어린 손길로 고인을 정성껏 배웅하는 그의 모습에 가족들도 마음의 문을 열고 도움을 주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일본의 전통 장례 문화라는 낯선 소재로 웃음과 감동을 준다. 특히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을 작업한 작곡가 히사이시 조가 음악을 맡아 장면마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입혔다. 아름다운 음악과 어우러진 헤어짐의 이야기는 어느 순간 삶의 이야기로 치환된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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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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