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 60㎝·세로 230㎝ 등 제작 1년 소요
글자 안료, 귀한 재료인 경명주사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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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덕암사 주지 도일 스님이 국내 최초 90폭 병풍 '묘법연화경'을 설명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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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덕암사 법화전에 있는 국내 최초 90폭 병풍 '묘법연화경(이하 법화경)'은 위대하면서도 고요함이 은은하게 느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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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면에서 바라본 대구 덕암사 국내 최초 90폭 병풍 '묘법연화경'은 불자와 시민 등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
16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 삼성산 자락에 있는 덕암사(주지 도일스님). 석가모니불을 봉안하는 불교 건축물인 '대웅전'도 없는 작은 사찰이지만,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바로 국내 최초 90폭(가로 60㎝·세로 230㎝) 병풍 '묘법연화경(이하 법화경)'이다.
석가모니가 말년에 설법한 내용을 정리한 법화경은 부처가 되는 길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것을 중요 사상으로 하고 있다. 천태종 근본 경전으로 화엄경과 함께 한국 불교사상 확립에 큰 영향을 끼쳤다.
제작은 꼬박 1년 걸렸다. 글자 수는 7만 자를 훌쩍 넘는다. 물감은 흔히 쓰는 먹, 순금이 아닌 경면주사를 사용했다. 천연광석인 경면주사는 황화수은(HgS)이 주성분이다.
부적을 제작하는 붉은 색 지하 광물질로 수은 광석이 발견되는 아주 깊은 곳에서 생성된다. 바닥은 수은 광석 덩어리로 돼 있는 아주 희귀한 물질로 경면주사가 나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별로 없다. 그중 중국 경면주사가 최고다. 한국에선 경주 등에서 소량 채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가격이 상당히 비싸다.
법화경을 병풍에 사경(후세에 전하거나 축복받고자 경문을 베끼는 일)한 정진 여성은 "법화경을 병풍으로 만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스님이 사경을 부탁해 정성을 다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자씩 써 내려 갔다"며 "제작하는 동안 법화경을 보는 사람마다 '큰 이익 있게 하소서'라고 발원하며 끝까지 사경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주지 도일스님은 병풍 법화경을 덕암사 법화전에 점안하고자 '천일 1식 기도'를 했다. 간절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법화경을 통해 세상의 모든 이들의 가정이 화목하길 바랐다.
도일스님은 "대웅전이 건립되면, 천일 1식 기도를 총 3차례 할 계획"이라며 "그때쯤이면 이 병풍은 보물 혹은 국보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스님은 "덕암사에는 건물 축조 등을 위해 신자와 관광객에게 일정 금액을 받고 기와를 제공하는 '기와불사' 등이 없다"며 "그렇게 하지 않아도 부처님이 도와줄 것이란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글·사진=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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