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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염색산업단지. 영남일보DB |
대구 서구 주민들이 아닌 밤중에 심한 악취로 몸살을 겪었다. 관계당국은 대기역전현상과 상리음식류폐기물처리시설 악취 정화 시설 고장이 겹치면서 발생한 문제로 보고있다.
지난 7일 오후 11시 30분쯤 대구염색산업단지 인근 주민들이 원인 모를 악취가 발생해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악취는 염색산단 인근 아파트뿐만 아니라 직선거리로 약 3㎞ 떨어진 반고개역 인근 내당동까지 흘러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서구 주민들로 구성된 복수의 단체채팅방에서는 주민들의 성토가 이어졌으며, 가구마다 창문을 모두 닫아야 했다. 일부 주민들은 "공단에서 갑자기 심하게 냄새가 난다", "늦은 밤만 되면 악취가 나서 창문을 다 닫는다"라는 등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서구청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구청 관계자는 "대기역전현상으로 대기 하부에 갇힌 악취가 자정쯤 방향을 바꾼 북서풍을 타고 서구 전역으로 퍼진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달 말부터 상리음식물류폐기물처리시설(이하 음식폐기물처리시설)의 악취 정화 시설에 문제가 생겨 정비 중이다. 원인 중 한 가지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역전현상은 일교차가 큰 봄·가을이나 겨울철 밤에 지표면이 급속도로 냉각돼 지표면 기온이 상층보다 낮아지는 것을 뜻한다. 주로 대구와 같은 분지 지역에서 잘 나타난다. 대기 역전이 발생하면 한동안 공기의 순환이 느려지거나 멈추면서 대기오염 물질이 정체되는데, 정체된 곳에서 갇혀있던 악취가 북서풍을 타고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서구 대기정보시스템에 따르면 8일 자정(0시)에 남남동풍이던 풍향이 북서풍으로 바뀌면서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 서구는 관내 18개 지점에서 악취를 측정해 데이터로 수집·감시하고 있으며, 암모니아·황화수소·총휘발성유기화합물 3가지를 관리하고 있다. 7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인 8일 오전 9시까지 악취측정데이터 평균값은 △암모니아 0.033ppm △황화수소 0.022ppm △총휘발성유기화합물 0.074ppm로 나타났는데, 각각 관리기준 2.000ppm, 0.060ppm, 1.270ppm에 못 미치는 수치로 측정됐다.
주민들은 멀리 떨어진 곳에서까지 악취가 발생하는 것에 다량의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서구청에 따르면 주민들의 악취·대기오염 관련 민원은 지난해 170건에 달하며, 특히 그중 80건은 염색산단 관련 민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고질적인 악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염색산단과 음식폐기물처리시설의 이전 없이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재 염색산단 이전의 경우 타당성 용역이 지난 5월부터 진행 중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악취를 측정해 기준에 맞게 관리하고 있으며, 악취 기준 점검과 주 1회 이상 야간 순찰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현기자 shineast@yeongnam.com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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