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사흘 앞 '깜짝방문'에 시장상인·시민 놀라
"왜 이리 늦게 오셨냐" 상인에 "오래 전 오려했는데 늦어져"
어묵, 더덕, 고구마줄기, 호박잎, 국화빵 등 현금 구매
"추석이라서 장 보고 주민 만나러 와" 인사 남기고 사저行
25일 오전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찾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25일 오전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찾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장을 보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
추석 연휴를 사흘 앞둔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찾고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이날 오전 11시 4분쯤 박 전 대통령은 특유의 올림머리에 베이지색 긴 팔 셔츠와 청치마를 입은 차림으로 현풍시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동행했다.
박 전 대통령의 현풍시장 방문은 경호상 이유로 극비에 부쳐졌다. 이에 시장 상인들과 추석 대목을 앞두고 시장을 찾은 시민들도 박 전 대통령의 방문 소식을 미리 알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을 우연히 본 시민들은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추석 차례상 준비로 장 보러 왔다는 한 70대 달성 주민은 "오늘 시장에 잘 왔다. 예상도 못했는데 정말 기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열성 지지자들은 "너무 좋다" "고우시다" "건강하셔서 고맙습니다" 는 말을 너도나도 건넸다. 박 전 대통령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손을 잡고 한동안 울먹이는 상인도 있었다. 한 채소 상인은 박 전 대통령에게 "함께 사진을 찍는 게 제 평생 소원"이라며 간곡히 부탁했고, 결국 그 소원을 성취했다. 국화빵을 하는 상인은 "그래도 박 전 대통령에게 팔았네"라는 이웃 상인의 말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날 박 전 대통령 주위로 수십 명의 시민이 따라 붙으면서 이동하기 힘들 만큼 시장통이 붐볐다.
박 전 대통령은 제일 먼저 어묵 1만원어치를 샀다. 이후 30여분간 380m정도를 걸으며 더덕·고구마 줄기·호박잎·국화빵 등을 현금으로 구매했다. 채소 상인에게 "직접 재배하신 거냐"라고 질문하거나, 더덕의 원산지를 묻고 비교하기도 했다. "왜 이렇게 늦게 오셨냐"는 한 상인의 말에는 "저도 오래 전에 오려고 했던 게 이렇게 늦어졌다"고 했다. 박수치며 환호하는 시민을 향해선 환한 웃음과 인사로 답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오전 11시 32분쯤 시장 장보기를 마쳤다. 이후 취재진에게 "추석이라서 장도 보고 주민들도 만나러 왔다"는 말을 남기고 차량에 탑승했다. 그리고는 5분 거리에 있는 유가읍의 사저로 다시 향했다.
한편, 이날 박 전 대통령의 시장 방문은 지난 4월 11일 대구 팔공산 동화사, 8월 15일 구미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은 이후 세번째 공식 외부일정이다. 지난 13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의 회동은 박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있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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