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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하작곡가 |
권효원의 '쓸모 있는 춤' 공연이 지난 22일 저녁에 있었다. 이날 공연에서는 안무가 자신이 직접 무대에 섰다. 홀로, 다른 무용수 없이. 육상경기 트랙 같은 느낌의 흰색 바닥에 검은색 뒷벽을 가진 무대 위로 평상복 차림의 무용가가 걸어 나왔다. 위는 초록, 아래는 보라색의 옷을 입은 그녀는 자신의 공연이 어떻게 기획되었는지를 담담하게 설명했다.
평소에 안무가로서 다른 무용수들의 춤을 바라보는 입장이었던 권효원은, 이번에는 직접 무대에 서서 출연하기 때문에 자신의 공연을 바라볼 수가 없다. 안무가는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는 첫 번째 관객이기도 한데, 그 역할을 대신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인지 공연팀에 '옆에서 보는 시선'을 담당하는 사람이 있었다.
작곡가인 내가 가끔 나의 작품을 지휘하거나 직접 연주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첫 번째 청중으로서 나의 작품을 감상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런 경험을 하고 나면 무대에서 직접 연주하고 싶은 마음이 쉽게 들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공연을 보면서 직접 무대에 서서 연주하고 싶다는 욕구를 다시 느낀다. 안무가 자신이 직접 출연해 공연하는 직접성이 좋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음악의 사용은 나에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시작 부분의 인사말과 작품 중간에 직접 부르는 노랫소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음악의 사용을 자제했다. 조심스럽게 등장한 음향은 마치 중력처럼 눈에 띄지는 않지만, 작품을 안정감 있게 끌어당기는 역할을 했다. 중간에 직접 무대 위에서 노래한 모차르트의 곡 '아베 베룸 코르푸스(ave verum corpus)'는 라틴어로 된 노래인데 "진정한 몸을 찬양합니다"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예술 행위는 신앙 행위와 유사한 특성이 있다. 몸을 다루는 예술가의 진정성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노래이다.
프로그램 글에서 소개한 '기억할 만한 작업' 목록에 작품 'Unspoken'이 빠져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2019년 대구무용제와 전국무용제를 통해 많은 찬사를 받았던 그 작품을 자신의 '기억할 만한 작업' 목록에서 제외한 이유가 궁금하다. 그 작품을 통해 안무가 권효원에 관심을 갖게 된 나로서는 더욱더 의아하다. 무용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이 반영된 것일까? 눈과 귀를 사로잡았던 작품 'Unspoken'이 가져다준 성과와 관심으로부터 거리두기를 하는 것일까?
이어지는 다음 작품들이 궁금하다. 춤이 그에게 어떠한 쓸모가 있는지는 나의 관심사가 아니지만, 그가 춤에서 어떠한 가치를 이끌어내는지에 대해서는 지켜보고 싶다. 박철하<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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