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반 수도권 모여 살아
집값 뛰고 경쟁 구도 극심해
7월 출생아 2만명 아래로
2070년 2천만명 사라져
국가자원 지역 분산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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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식 사회부장 |
서울에서 게임 회사에 근무하는 사촌 동생은 이번 추석 오랜만에 만나 "형님, 서울은 하루하루가 전쟁입니다. 젊은이들이 치열한 경쟁 구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느라 정신이 없어요"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오지 않을 정도로 생존 경쟁이 살벌한데 왜 젊은 친구들이 '서울로, 서울로'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동생도 20대에 서울을 동경하며 상경했다. 당시에도 '말이 태어나면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말이 격언처럼 쓰이던 때였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 생활에 그리 만족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경쟁에 지쳐가는 눈치도 엿보였다.
얘기는 수시 원서를 쓴 아들 녀석이 "오로지 인(in) 서울만 고집한다. 지방대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푸념에서부터 시작됐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5천150만명)의 절반 이상(2천600만명)이 수도권에 모여 살고 있다. 서울·경기·인천, 즉 수도권 면적은 전 국토의 11.8%밖에 차지하지 않는다. 이게 과연 제대로 된 나라인가.
좁은 땅덩어리에 인구 밀집도가 이렇게 높으니 집값이 뛸 수밖에. 서울 강남의 20평형대 아파트 한 채 값이 30억원에 이른 지 이미 오래다. 연봉 1억원의 고액 월급쟁이도 30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살 수 있는 금액이다. 흙수저에겐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이젠 집도 경쟁의 산물이다.
어디 집뿐이랴. 대학 입시부터 직장 구하기까지 2030세대들은 경쟁의 연속이다. 힘겹게 취직에 성공해도 사내 좋은 자리, 승진을 위해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물론 이런 경쟁은 세상 어느 곳에나 있기 마련이지만, 대한민국 수도권 공화국에선 그 정도가 임계치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도를 넘은 경쟁은 인구에도 영향을 미친다. 작금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 평균) 0.7명이 이를 잘 대변해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것이란 말은 이미 귀가 따갑도록 들었다. 올해 2분기에 새로 작성된 수치인데, 연말엔 0.7명도 무너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7월 출생아 수는 1만9천102명. 7월 기준으로 2만명 아래로 떨어진 건 1981년 이후 42년 만이다.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이미 작년에 0.59명으로 심리적 지지선(0.6명)마저 무너뜨렸다.
이대로라면 2070년 대한민국 인구는 3천만명대로 추락한다.(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앞으로 50년도 안 돼 국민 2천만명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국가 소멸'을 걱정할 정도로 출산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데, 역대 정부마다 뾰족한 수가 없다. 천문학적인 예산만 갖다 부었을 뿐이다.
결국 과도한 경쟁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아이를 낳고 기를 마음이 생기겠나. 동물의 왕국에서도 생존 환경이 열악하면 종족 번식 능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대기업이 지역에 내려오면 좋겠지만 우선 국가 자원부터 지역으로 분산해야 한다. 정부부처·공공기관 이전, 문화·예술인프라 지역 구축, SKY(서울·연세·고려대) 대학 지역 캠퍼스 조성, 국세의 지방세 전환 등 손댈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토를 보다 넓게 활용하는 게 인구절벽을 극복하는 지름길이다.
진식 사회부장

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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