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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희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
학창 시절 캠퍼스에서 학군단이 하나둘, 하나둘 발맞추어 지나가는 것을 보면 왠지 멋있어 잠시 멈춰서서 바라보곤 하던 기억이 난다. 그 순간에는 저 제복을 입은 학군단 학생은 질서도 확실히 잘 지키고 믿음직하고 뭐든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가을,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분으로부터 "밖에 불이 나서 곧 우리 집으로 불길이 넘어 올 거 같아 무섭다"는 갑작스러운 전화를 받았다. 나도 순간 황급했다. 어떡해. 지금 가 봐야 하나. 당시 불이 났던 건물은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이 일어난 곳으로 우리 집 공부방 창문 너머로 바로 보여 그 불길이 더 강하게 느껴졌고 나는 한동안 그 방 창문을 커튼으로 닫아 두었다.
대구의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이 일어난 지도 한 해가 지났다. 그곳은 중소형 법률사무소들이 밀집해 있고 언덕의 2차로 도로변에 위치한다. 따라서 시각적으로 열려 있지 않고 접근성이 낮다. 특히 불이 난 그 건물은 검은 유리로 외벽이 되어 있어 사실상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조명은 켜져 있는지 오늘 문을 열었는지 통 알 수가 없다.
사람들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행복하기를 원한다. 도시의 건축물과 환경은 이러한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을 제어한다. '누가 보고 있을지도 몰라, 아니야 아무 상관 없어' 등의 마음이 생기게 한다. 그러한 마음은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진다. 매일 부딪히고 생활하는 도시 공간에 누구나 알아보고 확인할 수 있는 반듯하고 멋진 제복을 입혀 보는 것은 어떨까.
도시계획가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는 그의 저서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에서 범죄 문제의 해법은 도시의 공간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있다고 설명하였다. 즉, 사전에 범죄를 차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애초에 나쁜 생각이 생기지 않는 상황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
이 건물은 지금 누군가가 관리하고 있으며, 주변에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어 어느 방향에서나 서로 잘 보이고 개방적인 창문과 재료를 사용하여, 말하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감시가 도시 공간에 생기는 것이다. 공간에 제복을 입히고 혹시나 하는 마음의 일탈을 막아보자.
김소희<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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