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조직에만 높은 방사선량 투여…정상조직 보호 '근접 방사선치료'
자궁경부암 2B기서 항암화학 약물·외부 방사선치료 후
잔존 병소 '근접방사선치료' 시행…석달 뒤 암 소실 확인
치료 전 MRI·CT로 3차원 방사선치료 계획 수립은 필수
![]() |
〈게티이미지뱅크〉 |
![]() |
설기호 대구가톨릭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
40대 김모씨는 자궁경부암 2B기 환자다. 진단받은 후 치료 방법을 선택해야 했다. 의료진으로부터 자궁경부암 2B 이상의 병기에서는 수술 이점이 없으며, 동시병용 항암화학·방사선치료(CCRT)로 완치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받았다. 그는 치료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고, 계획에 동의했다. 먼저 총 6주간 매주 1회 항암화학 약물 치료를 받았다. 동시에 5주 동안 매주 5회 골반 전체에 대한 외부 방사선치료(EBRT)도 함께 이뤄졌다.
이 단계는 자궁경부의 종양을 줄이고, 골반 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할 수 있는 작은 암세포들을 제거하는데 필요한 기초 치료다. 외부 방사선치료 종료 후 치료팀은 잔존 병소에 대해 근접방사선치료(brachytherapy)를 계획했다. 추가적인 외부 방사선조사는 자궁경부 주변의 직장이나 방광에 높은 선량이 전달될 위험이 있어 근접방사선치료로 방법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이 방법은 높은 선량의 방사선을 정확하게 국소 종양에 전달하면서 주변 정상 조직을 보호할 수 있다.
근접방사선치료 준비를 위해 의료팀은 질을 통해 자궁 내부로 자궁내삽입기구를 삽입했다. 이어 MRI 촬영을 통해 정밀한 치료 계획을 수립했다. 근접방사선치료는 3주 동안 매주 2회(월·목요일) 총 5회 시행됐다. 치료 후 3개월 뒤, MRI 검사 결과 김씨 자궁경부암이 소실된 것을 확인했고, 그의 건강 상태는 크게 개선됐다. 김씨는 치료팀과의 긴밀한 협력과 체계적인 치료 계획 덕분에 암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사례는 근접방사선치료의 중요성과 자궁경부암 환자에게 어떤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근접 방사선치료
몸 밖의 기계에서 방사선을 발생시켜 우리 몸 내부의 종양에 방사선을 주는 외부 방사선치료와는 다르다. 방사선을 내뿜을 수 있는 아주 작은 밀봉된 방사성동위원소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암세포가 있는 위치에 매우 가깝게 놓아서 방사선을 주는 방법이다. 이 작은 방사성동위원소의 특성상 짧은 거리에만 높은 양의 방사선을 전달한다. 이로써 암에 직접적으로 높은 용량의 방사선을 주면서 주변 정상 조직에는 최소한의 방사선을 주게 돼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부인암 치료 위한 최신 '근접 방사선 치료 장비' 운용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올해 부인암 치료를 목적으로 도입한 최신 근접 방사선 치료 장비인 플렉시트론 HDR(Flexitron HDR)을 운용하고 있다. 플렉시트론 HDR은 정밀 3차원 근접 방사선 치료 기기로 MRI 기반의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어, 기존의 2차원 치료와 CT 기반의 치료에 비해 종양과 정상 조직의 구분을 더욱 명확히 할 수 있다. 근접 방사선 치료는 대상 환자가 적고 정기적으로 방사성동위원소를 교체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또한, 유지 및 관리 비용이 크다는 점에서 시행 기관이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자궁경부암 및 일부 부인암을 완전히 치료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장비다.
◆다른 부인암 환자 등도 치료 대상
근접 방사선치료는 특히 초기나 국소 진행형 자궁경부암 환자에 외부방사선치료와 결합돼 사용된다. 단순히 외부에서 방사선을 주는 방법만으로는 자궁 주변의 방광, 직장 등 정상조직에 제한된 방사선 한도 때문에 필요한 양의 방사선을 종양에 전달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근접 방사선치료는 자궁경부암 치료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치료법이다. 또한,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암의 수술 후에 특정 위험요소나 자궁 절제부위의 재발 위험이 있는 환자, 그리고 질암과 같은 다른 부인암 환자들도 근접방사선치료의 대상이 된다. 이 방법은 전립선암 등의 일부 다른 암종에서도 활용되곤 한다.
◆부인암에서 근접 방사선치료
근접 방사선치료는 전용 장비와 자궁 내 삽입기구, 방사성동위원소를 활용해 진행한다. 부인암에서 질과 자궁 내에는 치료에 적합한 공간이 있어 질을 통해 자궁 내 공간에 방사선동위원소가 삽입될 수 있는 보조기구를 집어넣는다. 이 기구가 장비와 연결되면 작은 방사성동위원소가 내부로 이동해 종양 근처에서 높은 양의 방사선을 전달한다. 최근에는 정확하고 정밀한 치료를 위해 치료 전에 반드시 MRI나 CT 영상을 통한 3차원 방사선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수적이다. 치료 시간, 시행 횟수는 암 종류와 크기, 치료 목표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부인암에서 근접 방사선치료 이점
근접 방사선치료는 여러 가지 이유로 부인암 치료에 필수적이다. 첫째로, 심부에 있는 종양에 대해 질과 자궁 내 공간을 통해 종양부위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방사선 선량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둘째로 외부 방사선치료만 사용했을 때와 비교해 근접 방사선치료는 주변의 정상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로 인해 방사선치료와 연관된 부작용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이러한 효과로 인해 환자의 생존율과 생활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그래서 근접 방사선치료는 부인암 치료에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
설기호 대구가톨릭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근접방사선치료는 부인암 치료의 한 축을 담당하며, 최신의 기술과 연구를 통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환자들은 암치료에서 적절한 치료 방법을 찾아 활용하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

강승규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