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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미술과 음악이 함께할 때

202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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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대구화랑협회 총무이사〉

빌딩 숲 회색 도시 공간에서의 생활을 벗어나 바다로 가면,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확 트이며 힐링이 된다지만, 사실 바다에는 끝없이 철썩거리는 파도 소리도 있고, 끼룩끼룩하는 갈매기 소리도 있다. 살살 얼굴을 스치는 바닷바람과 코끝으로 전해지는 바다 향기 그리고 발바닥에 닿는 모래의 푹신푹신한 느낌까지.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이 우리 신체를 동시에 자극하고 이 감각들은 고스란히 우리의 뇌로 전해져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게 해주고, 언제든 그 순간을 떠올리면 그때 그곳에서 느꼈던 감각과 감성을 소환시켜준다. 이렇듯 문화생활에서도 여러 감각이 혼재된 신체 자극은 특별한 감성을 만들어 오래도록 가슴에 남게 해준다.

필자는 콘서트 현장을 좋아하지 않아서 젊은 시절 한두 번 갔던 경험이 유일한데, 2015년 12월 우연한 기회로 20여 년 만에 관람했던 어반자카파의 대구 콘서트는 나에게 아주 큰 감동을 안겨줬었다. 물론 노래가 좋기도 했었지만, 더욱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무대 뒤 커다란 스크린을 활용한 그래픽 영상들과 사진들의 시각적 무대연출이었다. 1990년대에는 콘서트라 해봤자 관객이 빼곡히 들어찬 가운데 화려한 조명, 치솟는 불꽃과 안개 효과 정도의 무대에서 가수가 노래하는 것만 보는 것이 전부였기에, 2015년에 접한 콘서트장의 무대 영상과 어우러진 노래는 나를 감동과 전율에 젖어 들게 했고, 그날 처음 본 어반자카파의 팬이 되게 하였다. 그리고 그때의 여러 노래들 중 배경 영상이 가장 좋았던 때 흘러나온 노래는 나의 최애곡이 되어 있다.

생리적으로 인간의 신체는 여러 감각이 동시에 반응할 때 뇌를 크게 자극시켜 감정과 상상력이 극대화되고,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는 호르몬을 분출시켜 우리를 기분 좋게 흥분시킨다. 그래서 다양한 요소로 시각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미술 작품과 악기나 감미로운 목소리를 통해 청각적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음악의 만남은 인간에게 강렬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런 이유로 전시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틀어놓는 화랑이나 미술관이 간혹 있다. 심지어 해외의 어떤 아트페어는 음악뿐만 아니라, 오픈 첫날 전시자와 관람객 모두에게 와인을 제공하여 미각마저 자극시키기도 한다. 이것이 작품 판매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필자가 그때 마셨던 와인과 모두가 즐거워하는 모습들은 색다른 경험으로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특별한 기억으로 생생히 남아 있다.

이렇듯 여러 감각을 자극할 수 있는 미술 전시의 색다른 기획은 관람객에게 평생 간직될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관계자들이 창안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민석〈대구화랑협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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