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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직진 주차만 한다

2023-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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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퇴근길, 주차장에 들어선 나는 늘 직진 주차를 한다. 직진 주차의 달인이다. 고개를 뒤로 돌릴 수 없을 만큼 온정을 바쳐 하루를 보내고 왔다. 마음을 다해 하루를 보낸다는 것은 행복한 피로함이다.

무호흡 잠수보유자 제주 해녀는 2016년 11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해녀들은 물속에서 작업하다가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 때마다 길게 숨을 내쉬면서 '호오이' 숨비소리를 낸다. 제주 올레길을 만든 서명숙 이사장은 그의 저서 '숨, 나와 마주 서는 순간'에서 제주 해녀 문화와 삶을 해녀의 숨으로 다루고 있다.

"오늘 하루도 욕심내지 말고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가 오너라." 해녀 엄마가 바다 물질 나가는 해녀 딸에게 하는 말이다. 그래,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이다. 굳이 다 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머지는 다음에 하면 된다. 그냥 딱 한숨만큼만 남겨두고.

학교에서 설계 과제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나는 가끔, 100세 철학가 김형석 교수의 '사랑이 있는 고생은 행복했다'는 얘기를 한다. 진정으로 절실하게 마음을 다한 수고는 훗날에 행복으로 기억한다는 우리의 인생을 두고 나눈 말이다. 순간, 강한 삶의 의미가 부여된다. 학생들은 덜 힘들고 용기가 난다.

'내가 이 일을 해낼 수 있을까'보다는 '평생 이 일을 사랑할 수 있을까'에 대한 자신만이 아는 결정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힘과 애정하는 태도는 삶의 디테일을 강하게 한다. 디테일이 있는 건축물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듯, 우리 삶의 디테일을 만들어 가는 애정이 필요하다.

만연한 단풍, 완연한 가을이다. 의미를 두고 최선을 다해 직진하는 삶, 그러면서도 소중한 한숨을 남겨두는 자신에 대한 사랑은 가을날의 깊이를 담아낼 수 있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풍성한 결실을 우리 인생에 가득 채워보자.

김소희<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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