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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희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
빈집에 언제든 내가 선택하면 되는 가족이 생겼다.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별도 계정 없이도 사용이 가능한 스마트TV는 채널마다 하나의 프로그램을 계속 반복한다. 집에 돌아와 TV를 틀면 어느 장면이 방영되고 있을까에 대한 묘한 기대와 때로 같은 장면이 오늘도 거듭 방송되고 있는 찰나의 연속이 일상생활의 반복과 같아 더 흥미롭다.
요즘 나의 새로운 가족은 '웬만해선 그들을 이길 수 없다'(2000~2002)의 노구(신구) 가족, '거침없이 하이킥'(2006~2007), '지붕뚫고 하이킥'(2009~2010)의 순재 가족이다. 화면의 가족과 어울려 웃다 보면 하루의 피로가 슬그머니 사라진다. 가족이 참 좋다. 게다가 다양한 가족을 그날의 내 구미에 맞게 정할 수 있으니 더 좋다.
우리의 가족관계는 시대의 변화상을 그대로 드러낸다. TV라는 매체가 가진 영향력이 컸던 시절의 이 시트콤 속에 그것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족 3대에 객식구까지 더해 살면서 묻어나는 그 시절 모습들이 낯설기도 하다. 가부장적 일방통행에 질릴 만도 한데 어른 대접은 확실하게 받는 노구와 순재의 모습, 지금의 가족에서는 찾기 어렵다. '오케이' 한마디로 보여주는 며느리 혜미의 외침은 한 세대를 뛰어넘는 쿨함 자체이다. 시원하다.
시트콤은 시추에이션 코미디(Situation Comedy)의 줄임말로 특히, 가족시트콤은 집에서 펼쳐지는 순간의 상황을 가볍고 코믹한 요소로 극대화한 웃음 트랙이다. 시대에 따라 문화적 코드과 사회적 코드, 사랑하는 사람과의 코드가 다르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고 뭐든 함께하는 가족 구성원의 역할이 컸던 시절, 아니 별다르게 갈 곳이 없었던 시대의 관계 충전하기의 원천은 가족이었을 거다.
화면 속 가족은 무엇을 말하고 우리는 무엇을 느껴야 하는가. 시간 차를 둔 가족 이야기를 동시에 한 공간에서 느끼면 다른 발상과 현실이 제대로 보인다. 윤활제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사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 그 시절의 가족은 사라져가는 당연했던 할머니와 동생, 아버지와 나의 관계를 다시 챙겨오고 싶은 욕망을 불러온다.
간섭도 많지만 가장 걱정하고 도와주는 우리의 가정사를 대놓고 표현한 '거침없이 하이킥', 가족과 세상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드러낸 채널 속의 익숙한 가족이 나를 기다린다. 오늘도 나는 오케이!
김소희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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