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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명준〈시각예술가·공간독립 디렉터〉 |
예술계에 몸담고 있으면 심심찮게 듣는 단어들이 있다. 시각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다 보니 '작업'과 '전시'라는 키워드를 많이 접하지만, 그 외에도 '공모' '서류' '홍보' '재료' '크기' '운송' 등의 단어를 일상대화에서 듣는다. 그중 '지킴이'는 자주 접하는 단어 중 하나다. 지킴이는 말 그대로 무언가를 지키는 사람을 지칭하지만 시각 예술가들에게 지킴이는 전시장에서 작품을 지키는 사람을 의미한다. 지킴이 일이라는 것이 단순해 보이지만 중요하면서 골치 아프기도 하다. 특히 필자는 현재 전시장을 운영하고 있기에 지킴이 일정을 조율하는 게 전시할 때마다 있는 일이어서 그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최근 필자의 개인 작업실이기도 한 공간독립의 올해 마지막 전시를 마쳤다. 그 때문에 전시장 지킴이도 당분간은 없을 예정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킴이라는 단어는 대부분 예술가의 생활에 녹아있는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전시장에서 흔하게 사용되던 단어지만 그 어느 장소에 섞여도 어색하지 않다고 본다.
전시공간에서 작업도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전시장 지킴이는 작업실 지킴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대부분 예술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작업실이기에 작업실 지킴이라고 해도 어색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 작업실 지킴이는 작업실에 자리하면서 개인 작업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모든 예술가가 같은 유형으로 지킴이 일을 수행하는 건 아니다. 물론 지킴이라는 단어는 예술가들에게만 한정된 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사람들에게도 활용될 수 있다. 그렇기에 지킴이라는 단어는 가벼우면서도 때로는 어느 한 공간의 소속감 또는 책임감이기도 하다.
언젠가 '작업실 지킴이로서의 하루'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 글에서 필자는 '나에게 지킴이라는 일은 임시적이면서 아니기도 하다. 나의 작업실이자 전시장을 지키고 있는 입장에서 내 위치는 순진한 관람객이면서 하찮은 관찰자이자 우스운 수집가라고도 생각한다. 반복되는 일상일 수 있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나름 만족스러운 일터이기도 하다'라고 쓴 적이 있다. '임시적'이라는 말이 필자에게는 어떻게 보면 잘 어울리면서도 내가 추구하는 지킴이 유형이라고도 생각하기에 쓴 글이었을지도 모른다.
최근 옛 작업실에 있던 짐들을 새 작업실로 옮기는 중이다. 나만의 만족스러운 일터를 만들기 위해 현재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신명준〈시각예술가·공간독립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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