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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소희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
아하! 저렇게 하여야 하는구나. 아 저렇게 해도 되는 거구나. 보고 배운다. 그동안 몰라서 못 했다. 얼마나 답답했는지 안개 속에 있는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아예 그 안개가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다. 이렇게 알게 된 것도 맞는 것일까. 잘못 깨달은 것은 아닐까. 사실보다 추측이 난무하는 거꾸로 눈치 보기의 세상에서 최근 드는 나의 생각이다.
정보량이 적은 과거에는 주어진 기회가 생기면 그 기회를 잡고 부족함이 있더라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묵묵히 일했다. 정보가 넘쳐나는 지금은 기회가 주어지면 또 그 다음의 기회를 찾으러 헤맨다. 과거가 사회 중심이라면 현재는 자기중심으로 움직인다. 기회와 정보의 방대함이 꼭 바람직스러운 결과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TV 드라마에는 그룹의 회장이 너무 많이 등장한다. 돈이 많고 적음이 중요한 설정으로 드라마의 분위기를 만든다. 요즘 아이들의 장래 희망에 건물주가 있단다. 과거에는 내가 소유한 것보다 내 마음이 지닌 보이지 않는 것이 더 가치 있는 것이라고 배웠다. 우스갯소리로 치부하기에는 언론과 기성세대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영국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며 피그말리온(Pygmalion)의 작가로 유명한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의 묘비에 '우물쭈물하다가 내 언젠가 이럴 줄 알았다'는 글귀가 쓰여있다고 한다. 2006년 우리나라 모 통신사에서 신규 브랜드 론칭을 하며 광고 메시지 전달에 이용하고자 의도적으로 오역을 한 것이다. 편한 대로 생각하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은 진위(眞僞) 여부에 상관없이 여러 분야에서 이 파급된 오역을 인용하고 있다.
헤어드라이어를 맞지 않는 코드에 잘못 꽂으면 금세 팍하고 터진다. 다른 곳에서는 잘 되었던 헤어드라이어가 작동되지 않는다. 원래 사용하던 코드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사회적, 문화적 더 나아가 시대적 코드가 바뀐 것이다. 내 생각과 상대의 생각이 서로 다른 코드에서는 전달이 힘들다.
학교에서는 선배가 후배에게 과거처럼 가르쳐주지 않는다. 직장에서는 후배가 들어와도 가급적 터치하지 않는다. 무엇이 맞는지 몰라서 못 한다. 제대로 알고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고 때로는 모르고 싶을 때도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김소희〈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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