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소희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
한참을 달리다가 고속도로 휴게소에 차를 세웠다. 화장실이 너무 급해 주차를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 뛰었다. 그런데 화장실 바닥이 물로 흥건히 젖어 있었다. 갑자기 타일 바닥에 미끄러졌던 기억이 나, 넘어질까 조심스럽게 발을 디뎠다.
군위에 생각하는 정원, 사유원이 몇 해 전 문을 열었고 나는 그해 여름 방문했다. 더웠다.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로 시자와 건축가 승효상, 최욱, 조경가 정영선 등이 참여한 고요한 사색의 공간이 있는 수목원이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며 찾아오고 있다. 멋진 공간이었다.
사유원에서 한참을 걷다가 앉고 싶어졌다. 붉은빛의 낯선 재료인 코르텐으로 만든 벤치가 여기저기 보였다. 나무 의자를 두리번두리번 찾았는데, 없다. 앉기가 조심스러웠다. 굉장히 뜨거울 것이고 마감이 거칠어 내 치마가 찢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저했다. 쉬고 싶은데 어딘가 앉아 사색하고 싶은데 앉을 곳이 없다. 수건을 깔고 앉았다. 그래도 뜨겁네. 겨울에는 엄청 차갑겠다.
코르텐은 건축물의 외관에 부분적으로 사용되어 익숙지 않은 재료의 매력을 발산한다. 시간의 흐름을 따라 거친 질감이 변하는 코르텐은 건축가가 한 번쯤 사용해 보고 싶은 재료이다.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는 코르텐 의자는 몇 개만 있으면 좋겠다. 의자의 존재 이유와는 부합되지 않지만, 그 특별함은 기억에 남는다. 자연 속에서는 자연으로부터 온 재료를 사용해야 서로 잘 어울린다. 자연의 재료가 주는 마티에르, 질감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앉아 보고 싶은 의자와 앉아서 편안한 의자는 다르다. 자연의 온기를 지닌 재료로 만든 의자가 오래 앉기에 좋다. 디자이너의 작의가 지나치게 드러나는 경우, 우리는 때로 불편하다. 건축가 없는 나무 의자가 좋다. 마감재와 그 질감은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을 반응하게 한다. 건축물은 사람의 몸과 같고 마감재의 표면은 사람의 피부처럼 느껴져 우리는 그 질감을 기억한다.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이 해체되고 노령화되면서 요양병원이 많이 생겼다. 병실의 철제 침대와 하얀색 침대보, 딱딱한 벽과 높기만 한 천정을 보면 차가운 공간에 안쓰러운 느낌마저 든다. 훗날 내 몸을 이 공간에 맡기고 싶지는 않다. 자그마한 가구, 손잡이 하나에도 살아 있는 귀한 생명이 접한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따뜻한 질감으로 서로 닿고 행복하게.
김소희 〈영남대 건축학부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