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느낀 29개 단어와 사건 접목
생을 마감한 이들의 사연·감정 담아
![]() |
원도 지음/세미콜론/192쪽/1만5천원 |
저자는 경찰관으로 4년 동안 과학수사과에서 현장 감식 업무를 담당하면서 수백 명의 변사자를 봤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생을 마감한 이들을 보며 그들이 죽음을 선택했던 이유와 과학수사요원으로서 느낀 감정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비상' '단속' '부패' '묻다' 등 자신이 현장에서 포착한 29개 단어의 의미와 사건을 접목해 당시 상황과 감정을 책에 써 내려갔다. '고개'엔 달동네 쪽방촌에서 고독사한 이의 이야기를, '심연'엔 주머니마다 돌을 가득 넣고 한강에서 투신한 사람의 사연, '부패'엔 로맨스 스캠(SNS 등을 통해 호감을 형성한 뒤 돈을 뜯어내는 사기 수법) 사기 사건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을 담고 있다.
책에 나오는 사건은 우리와 가까운 이웃에게 오늘도 일어나고 있는 일상이다. 집에 가장 먼저 방문할 경찰에게 유서를 남기고, 치매 노인은 베란다 창문을 현관문으로 착각해 추락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일들은 소외된 자들에게는 '일상'이다. 그가 말하는 소외된 자들은 사회적 약자만을 말하진 않는다. 크레인에 깔려 사망한 노동자도 소외된 자들이다.
그는 "우리 모두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결국 죽는다는 사실은 같다. 주거지에서 사망했기에 경찰관이 변사자로 처리한다는 죽음의 절차까지 같다. 그런데 삶의 모습은 왜 이렇게 다를까"라고 묻는다.
저자가 찾아간 사건 현장의 모습을 들여다보면 그동안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잔인한 현실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앞으로 법과 제도, 사회의 인식이 변화하고, 억울한 죽음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것으로 믿는다. 그는 자살 사망자 수가 줄어들어 과학수사과의 정원이 감원되어도 좋다는 말이 현실이 되는 것을 꿈꾼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미애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