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벗으로 오래 살아남기'라는 책을 만든 대구 화동초등학교 학생들과 임성무 교사가 책을 보여주고 있다. |
"'지구의 벗으로 오래 살아남기'라는 책은 나에게 추억이다. 최고의 작품이다. 소중한 시간이다. 추억을 담은 가방이다. 희망이다. 갤러리다. 경험이다. 할머니의 웃음이다. 피땀 눈물이다."
지난 6일 대구 화동초등학교 도서관에서 영남일보 시민기자와 꼬마 시인들의 특별한 인터뷰가 진행됐다. 5학년이 되면서 반은 각자 달라졌지만, 책 '지구의 벗으로 오래 살아남기'를 만드는데 동참했던 선생님과 학생들의 만남이 있었다. 이 책은 지난 2월 대구시 교육청 주관 책쓰기 프로젝트에 공모해 학생(교원) 저자 출판 간행물로 선정되어 출간됐다.
특히 이 책은 코로나19가 터진 해에 초긴장 상태로 초등학교 입학식을 치르고, 3년 동안 마스크를 쓴 채 학교생활을 했던 아이들이 작가들이라 주제가 눈길을 끌었다. 전 세계적으로 불어 닥친 기후 위기가 주제였다. 코로나를 통해 지구촌 구석구석이 연결돼 있음을 몸소 겪은 아이들은 기후 위기 역시 지구 공통의 문제인 만큼 이를 책으로 엮기에 충분했다.
'코로나'라는 제목으로 시를 쓴 정서연(11) 학생은 "코로나가 이젠 끝난 것 같은데 또 이렇게 힘든 날이 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식물관찰 시간에 눈에 띈 '호박꽃'을 보고 '노란 꽃 예쁜 꽃 호박꽃. 밤하늘별은 호박꽃 같아. 네가 멋진 호박이 될 때까지 응원할게. 잘 자라줘'라는 내용의 시를 쓰면서 지구의 벗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최근 가족들에게 작가님이란 말을 듣고 기분이 으쓱했다는 우지현(11) 학생은 "수세미를 만든 경험을 담은 '수세미, 수세미 씨앗이 우르르. 껍질을 눌렀을 때 바사삭 달걀 껍데기 까는 소리가 난다. 다 까고 나면 옥수수모양. 만지면 말랑말랑 신기한 수세미'란 시를 썼다. 시를 쓰고 나니 수세미가 다시 보이고, 선생님이 구름을 한 번 보라 하셨는데 구름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며 "시인이 된 건 순전히 선생님 덕분"이라고 말했다.
책을 아이들과 함께 펴낸 임성무(61) 교사는 "우선 아이들에게 생태감수성, 더 나아가 생태감응력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학교 텃밭과 숲을 산책하며 자연에서 놀게 했다"며 "매일 텃밭에서 식물이 자라는 것을 관찰했다. 교사가 먼저 본을 보여주려 매일 글을 썼다. 소중한 생태공부를 기록하기 위해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경험한 일을 일기 혹은 시를 쓰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사와 아이들이 자연과 교감한 일 년 농사가 바로 한 권의 책이 되어 탄생했다. 지난해의 경험이 의미가 있었는지 5학년이 되어서도 환경동아리를 만들었더. 지구생태시민, 호모심비우스(공생하는 인간)로 자랄 준비를 하는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글·사진=김호순 시민기자 hosoo031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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