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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뉴스] "공연 요청하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63~84세 어르신으로 구성된 팔공실버아코디언봉사단

2024-05-01

팔공문화원 강좌 수강생 뜻모아 봉사단 창립
양로원·요양원·무료급식소 등서 공연 봉사

팔공실버아코디언봉사단
지난 11일 대구선 동촌공원 무료 급식소에서 팔공실버아코디언봉사단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세월아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

지난 11일 대구 동구 대구선 동촌공원 '참! 좋은 사랑의 밥차' 무료급식소에서 아코디언 연주가 한창이다. 가슴에 아코디언을 메고 주름상자를 줄였다 폈다 반복하며 연주를 하는 멋진 봉사단이 있다.

이들은 팔공실버아코디언봉사단으로 10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다. 연령대는 63~84세. 노후를 아코디언과 함께 신명나게 보내려는 어르신들로 구성됐다. 7㎏ 정도의 악기 무게도 만만치 않은 나이다. 하지만 눈 빠지게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아코디언이 한결 가볍다.

봉사단은 정기적으로 양로원과 요양원, 사랑의 밥차가 무료 급식하는 곳에서 공연한다. 계절에 따라 동촌유원지와 수성못에서도 한다. 칠순, 팔순 잔치는 물론 공연 요청을 하면 무조건 달려간다.

양로원, 요양원 공연은 젊었을 때 인기 있던 신나는 곡을 연주한다. 좋았던 시절을 기억하고 잠시라도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행복할 수 있도록 곡마다 흥을 돋운다. 치매에 걸려 사람도 잘 못알아보는 어르신도 흥얼거리고 덩실덩실 춤을 춘다. 몸이 아파 수동적이고 움직임이 불편한 이들도 금방 얼굴이 환하다. 마지막에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고 박수 치는 모습을 보면 같은 동년배로서 마음이 짠하다. 이 연주로 기분이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최선을 다해 연주한다. 아직 건강하니 누군가에게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오히려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우는 시간이다.

황덕순(84)씨는 "아코디언을 접하면서 집중력이 강화되고 잡념이 사라져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 무거운 악기를 메고 연주하면 나이도 잊어버린다. 특히 동료들의 칠순, 팔순 잔치에 축하 연주는 가슴이 벅차다. 지금 생각해도 아코디언 연주를 참 잘 시작했다"며 스스로 칭찬한다.

봉사단은 17년 전 결성됐다. 대구 동구 공산동에서 농사 짓던 황덕순씨는 우연히 아코디언 연주를 듣고 소리에 매력을 느꼈다. 농사짓는 땅 한쪽에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아코디언을 배울 계획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팔공문화원장이 문화원에 강좌를 개설했다. 초기엔 수강생이 100명 넘을 정도로 인기였다. 2007년 뜻 있는 수강생 3명이 봉사단을 창립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단원들의 바람은 소박하다. 지금처럼 건강하고 즐겁게 함께 연주하고 봉사를 이어가는 것이다. 박동선 회장은 "우리 앞에 남은 시간이 얼마인지 몰라도 최고의 보람으로 여긴다. 인생 종착역에 있는 분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그게 더 큰 보람이다. 신나는 연주로 다른 사람에게 행복을 주는 즐거운 인생을 살겠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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