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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뉴스] '봉다리'에 담은 이야기들, 범어에서 만나다

202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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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 아트랩 벽면 갤러리에서 열리는 '봉다리 속 작은 이야기' 전시. <천미정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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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그리움의 시간이 지금도 이어지지만 아미(자녀의 애칭)를 위해, 나를 위해 계속 작업하고 있습니다"

5월1일부터 8일까지 범어 아트랩 벽면 갤러리에서 '봉다리 속 작은 이야기'를 여는 거리 예술가 천미정(사진·64·대구 북구) 작가의 말이다.

아득한 시작이었다. 19살 때 천에 그림을 그리는 텍스타일을 배우려고 일본 유학 간 천 작가는 교포 교회에서 청소 일을 했다.

염색 장인에게 여러 가지 기법을 3년 배우고 귀국해 결혼했다. 간절하게 바라던 첫 아이는 다운 증후군을 갖고 태어났다. 그러나 천 작가는 하늘이 준 선물로 여겨 온 마음과 시간을 쏟아부었다.

다짐만큼 아이와 씨름하는 생활에 아이와 하루는 옥상에 올라갔다. 마침 동네 할머니 소리가 천 작가를 다 잡아주었다. "고마 내려온나. 거기서 뛰어내린다고 안 죽는다."

그때 마침 남편이 문화센터에서 3개월짜리 문인화 반을 끊어줬다. 먹을 갈아 그리는 문인화, 먹 가는 동안 딸아이는 동료들이 봐준 기억에 아직도 고맙다.

그렇게 시작해 해마다 4군자, 8군자, 12군자를 뗐다. 36년을 그림에 매달리니 손바닥에는 굳은살이 가득하다.

매년 시민들과 만나는 천 작가는 화려한 전시장 아닌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는 장소에서만 하는 중이다. 사는 이야기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이번 '봉다리 속 작은 이야기' 전시는 부모님 세대에게는 추억을, 젊은층에게는 신선함을 선사한다. 천 작가의 그림에는 12살 어린아이가 늘 있다. 수십 년 흐른 지금도 천 작가 작업실에는 들판에 서서 서산을 바라보는 소녀가 있다. 피치 못 할 사정으로 12살 때 어머니와 이별을 한 천 작가 자신이다.

부모님 어린 시절에는 시멘트 담는 포대를 오늘날 봉투처럼 사용했다고 한다. 그 포대에 생선, 고기를 심지어 아버지의 월급도 담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정 금액 이상의 작품을 구입 하면 그 '봉다리'에 담아 준다.

이준희 시민기자 joonh1125@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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