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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어쩌다 특수교사: 지혜로운 수사

2024-06-04

박일호_작가
박일호 (작가·특수교사)

"선생님! 스마트 워치가 없어졌어요!"

점심시간, 한 친구의 비싼 시계가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한참을 찾아보아도 나오지 않아 도난이라 판단하고 소지품 검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다들 웅성거리며 교실로 이동하는데 복도에 있던 영수가 갑자기 화장실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영수는 대변기 칸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얼른 제가 따라 들어갔죠.

"영수야, 나와. 소지품 검사해야 돼."

배가 아프다던 영수는 10초도 채 지나지 않아 나왔고, 순순히 교실로 이동하더군요. 정말 의심스러웠습니다. 혹시 화장실 안에 있나 싶어 찾아보았지만 거긴 없었습니다.

'분명 어디 숨겼을 텐데…. 여기 없으면 옷 안에 있을 터!'

하지만 소지품 검사에서 다른 학생들은 물론 영수에게서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제 됐죠? 없죠?" 하면서 시치미를 뚝 떼는 영수가 정말 얄밉더군요.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팬티까지 벗어보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습니다. 이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지는 듯했습니다.

교실로 돌아오신 부장님은 마지막으로 영수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셨습니다. 모두들 이제 포기하려던 그때, 누군가 외쳤습니다.

"선생님! 시계 찾았어요! 저기 교실에 있던데요."

시계를 찾아온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모두가 의심한 용의자 영수였습니다. 모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부장님께서 영수를 만나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영수야, 우리는 요즘 스마트 워치가 어떻게 생긴지 몰라서 못 찾겠더라. 너는 요즘 나오는 시계 잘 알지? 저쪽 교실에 가서 한번 찾아봐 줄래? 만약에 못 찾으면 경찰 불러서 CCTV도 확인하고 다 조사받아야 해서 집에도 못 간다. "

단순 분실 사건으로 끝나지 않겠구나 싶었던 영수는 교실에서 찾는 척하면서 자기 속옷 안에 숨겼던 스마트 워치를 꺼내 의기양양하게 들고 온 것이었습니다. 속옷 안에 손을 집어넣는 걸 목격한 건 안 비밀. 시계는 알코올로 소독되어 다시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습니다.

부장님 덕분에 사건이 무사히 해결되었습니다. 젊은 혈기로 소지품 검사를 하고 속옷까지 탈탈 털어 찾아내려는 저의 호기로운 수사는 당당히 실패하고야 말았습니다. 말 한마디로 사건을 해결하신 부장님의 연륜과 지혜에 감탄할 따름입니다.

신고해서 범인을 잡고 법적 책임을 지게 하는 게 원칙이지만, 스스로 돌이킬 기회를 주고자 하셨던 부장님 마음을 부디 영수가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개과천선하여 다시는 범죄 현장에서 마주치는 일이 없길 바라며 사건 일지를 마무리합니다.

박일호<작가·특수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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