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서정 시인 정호승 작가 강연
여러 사례로 시의 특성·은유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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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승 시인이 지난 4일 오후 대구 동구 영남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영남일보 CEO아카데미에서 '시의 창의적 비밀을 찾아서'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박지현기자 lozpjh@yeongnam.com |
"다른 사람이 나의 인생을 만들지 않습니다. 내 인생은 내가 만드는 것입니다. 인생은 독창적인 시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정 시인인 정호승 작가가 지난 4일 대구 동구 영남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영남일보 CEO아카데미 강연에서 '시의 창의적 비밀을 찾아서'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시는 인생과 같다'고 한 정 시인은 시는 누구나 쓸 수 있고, 특별한 재능을 부여받아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간 신체의 외형적인 부분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로댕의 조각과 이와 대비되는 자코메티의 조각을 통해 시의 특성을 설명하기도 했다.
"자코메티는 '인간이 걸어 다닐 때 자신의 몸무게의 존재를 잃어버리고 가볍게 걷는다'라는 것, 그 가벼움을 나타내기 위해 끊임없이 깎아냈습니다. 그래서 (그의 조각은) 외형이 다 깎이고 뼈만 남았습니다. 자코메티의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듯 자기만의 생각이 중요합니다."
정 시인은 시의 본질은 '은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생활 속에서 볼 수 있는 은유의 다양한 사례를 예로 들기도 했다.
"서울 지하철역 환기구에 '이곳은 지하철이 숨 쉬는 곳, 지하철의 허파입니다'라는 글귀가 붙여져 있습니다. 지하철에 무슨 허파가 있습니까? 지하철에 오물을 버리지 말라는 이야기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겁니다."
정 시인은 자신의 시를 예시로 제시하며 어떻게 시가 만들어지는지를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시 '소년 부처'를 소개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이 시에서) 1연과 2연은 필요 없고 3연만 필요한 걸까요? 1연과 2연이 있기 때문에 3연이 시로서 형성력을 갖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도 기쁨, 행복으로만 이뤄지지 않습니다. 내 인생을 이루는 것은 바로 고통입니다. 우리는 기쁨을 원하지만, 또 슬픔이 삶 속에 내포돼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경남 하동 출신인 정 시인은 대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서 동시,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서 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 단편소설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가톨릭문학상, 상화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등이 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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