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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하얀 보석

2024-06-06

서정길_수필가
서정길 수필가

환상적인 장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밤하늘 서치라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듯, 강렬한 햇살이 구름을 헤치고 호수 위에 마구 쏟아낸다.

튀르키예 여행 중에 끝없이 펼쳐진 소금호수를 만났다. 마치 순백의 드레스를 펼쳐놓은 양 눈부시다. 수억만 년 전, 바다가 융기하면서 내륙 깊숙한 곳에 만들어진 호수다. 한국 관광객인 줄 단번에 알아본다. "여드름이 없어요, 예뻐져요." 서툰 우리말로 일행에게 상품을 내밀기 바쁘다.

맨발로 살얼음을 밟듯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딘다. 발바닥에 전해 오는 촉감이 함박눈을 밟듯 부드럽다. 딱딱하리라 여겼던 선입견이 여지없이 무너진다.

이 광대한 호수가 모두 소금이라니,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여행객의 탄성이 윤슬이 되어 수면 위에 흩어진다. 건져 올린 소금을 두 손 가득 모아 허공에 뿌려본다. 투명한 결정체가 하얀 보석이 되어 반짝인다.

한때 아홉 번을 구운 소금이 건강 보조제로 인기를 누렸다. 먹고 바르고 태우기까지 일상생활에 쓰이지 않는 곳이 없다. 나도 열렬한 애호가였다. 소금 예찬론자들은 지구상에 모든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음은 소금 때문이라 한다. 지구의 생명줄인 바다가 썩지 않는 건 3%의 염분 덕분이 아닌가.

성경에도 예수가 제자들에게 '세상의 소금'이 되라고 했다. 로마 시대는 병사의 급여를 소금으로 지급했으며, 중세 시대는 화폐로 사용했다. 무색, 무향인 자신을 오롯이 녹여내 생명체의 부패를 막아 주는 '하얀 보석'의 가치는 값으로 따질 수 없다.

소금은 인류가 사용해 온 가장 오래된 식재료이다. 본성은 짠맛으로 변치 않는 순수함을 지녔다. 대체 불가한 물질이지만 어디든 어울리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싱싱한 샘물에 녹아난 미네랄 성분같이 식단을 맛깔나게 하고 맛의 깊이를 더해 준다. 유형의 몸을 녹여 무형으로 변할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우리 사회가 혼란하고 혼탁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정치적 갈등을 비롯해 노사분규, 물가 불안, 청년실업, 빈부격차, 저출산 문제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럴 때일수록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일에 충실할 때, 또 사회지도층이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해낼 때 살맛 나는 세상이 될 것 아닌가.

이제 종심에 든 나이다. 가정과 이웃,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하며 이 말을 떠올린다.

소금(Salt)의 어원이 라틴어 '살(SAL)'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영어 'worth one's salt'는 '밥값을 하는' 의미다.
서정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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