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기관은 수장에 따라 달라져
예술인과 행정가 장단점 있어
문화예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
맡은 일에 대한 책임감도 중요
정치적으로 휘둘리지 않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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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애 문화부 선임기자 |
공연장·지역 문화재단은 관장·기관장이 누구냐에 따라 그 기관의 성격이 바뀐다. 관장·기관장이 교체되면 기관별 사업 중 확대·축소되는 것이 눈에 띈다. 그리고 새로운 기관장의 의지에 따라 새롭게 시작하는 사업이 생기기도 한다.
이는 관장과 기관장들이 각자 살아온 이력과 가진 역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의 공연장 관장·문화기관장은 크게 보면 예술인 출신과 행정가 출신으로 나뉜다. 지자체가 직접 공연장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행정직 공무원이 공연장 관장을 맡고 있다.
예술인 출신 기관장과 행정가 출신 기관장은 장단점이 모두 있다. 예술인 출신 기관장은 문화예술 분야에 전문성이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들은 문화예술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어떤 경우 단점이 되기도 한다. 자신이 전공한 분야, 자신이 아는 세계에만 빠질 수 있어서다.
일부 기관장은 자신이 기관장이 되기 전에 했던 예술가로서의 일을 이어가는 경우가 있다. 예술가로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공공기관의 일에는 원칙이 있다. 그러다 보면 기관의 역할에 충실한 사업보다는 기관장 본인을 위한 사업이 이어진다. 그 결과, 문화계 안팎에선 그 기관장에 대해 본연의 역할이나 의무에 충실하지 않다는 지적을 하게 된다.
행정가 출신은 문화예술 분야 전공을 했거나, 다른 전공을 했더라도 지역에서 문화 기획, 공연 기획 등으로 일을 해온 이들이다. 넓게 보면 공모로 선발되지 않은 공연장 관장인 행정직 공무원도 이에 해당한다. 이들은 행정적인 절차를 충실하게 따르면서 기관이나 공연장 운영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예술 분야와 예술인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해 아쉬운 점도 있다. 이 때문에 간혹 예술인들과 충돌하기도 한다. 물론 개인마다 편차가 있어 행정가 출신이 모두 그렇다는 건 아니다. 최근에는 행정가 출신 기관장들이 민간과 공공의 영역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온 경우가 늘어나면서 이런 경우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대구 문화계는 또다시 기관장들이 대거 교체될 시기를 앞두고 있다. 2022년 10월 출범한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일부 본부장·관장 자리를 제외하면 진흥원장과 임원에 해당하는 6개 본부장·관장들의 임기가 올 하반기에 만료된다. 달성문화재단 대표이사는 8월, 달서문화재단 대표이사는 11월에 임기가 끝난다. 아양아트센터 관장은 공모가 진행 중이다. 수성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지난해 12월 전임 대표이사의 임기 만료 후 현재까지 공석이다.
현직 기관장이 있는 자리라면, 일부를 제외하면 임기를 연장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에 최근 일부 지역 문화기관에선 기관의 사업보다는 그 기관의 수장이 더 눈에 띄는 사업을 부각하기도 하고, 기관장이 기관의 관리·감독을 맡는 지자체에 잘 보이려는 행보를 펼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 자리 중 공모가 진행된다면, 그 자리에 예술인 출신이 적합하다거나 행정가 출신이 어울린다고 콕 집어 말하긴 어렵다. 예술가와 행정가는 장단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출신을 떠나 문화기관장에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이 맡게 될 분야인 문화예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일에 대한 책임감,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소신 있게 일을 해나가는 능력 아닐까. 이는 비단 문화기관의 수장에만 요구되는 건 아닐 것이다.최미애 문화부 선임기자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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