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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욱현시인·동화작가 |
천안에서 책방을 차리고 1년이 지났다. 수많은 책을 진열하고, 판매하면서 책을 소개하는 일에 대해 고민한다. 독립서점에서 책을 추천받는 일에는 단순히 돈을 내고 유의미한 책을 구매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책방을 하다 보면 여러 종류의 사람을 만난다. 동화와 시 전문 독립서점에서 문제집을 찾는 손님부터 현대 시를 살피는 고등학생, 고전소설을 즐겨 있는 고학년 어린이가 있는가 하면, 온 가족이 함께 와서 서로에게 책을 추천하는 손님들이 있다.
카운터에 앉아 그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책을 추천하고 소개받는 일이 꼭 필요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럴 즈음 어김없이 책을 소개해 달라는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책을 소개받는다는 건, 그 사람의 삶의 방식 일부가 나에게 오는 일이자 그가 읽는 책을 나도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독립서점을 찾는 대부분의 손님은 그 가치를 잘 알고 있다. 둥지를 형상화한 우리 책방에서 내향적이고 새된 목소리를 가진 책방지기가 추천하는 책. 그것은 어느 정도는 부드럽고, 또 얼마간은 깊이를 가지고 있겠지. 나는 손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나라는 사람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는 당신이란 사람에 대해 고민을 이어간다.
과거에 책은 공부이자 성공의 지표로서 읽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책을 읽어야 성공할 수 있고, 사람이라면 책을 읽어야 했다. 대부분 청소년기의 필독서로 책을 접하고 독후감으로 감상을 이어왔으니 사회적으로 명확한 가치가 있는 책이 인기였다.
최근에는 책은 하나의 표현이자 취미가 되었다. 책을 읽는 인구는 점점 줄고 있는데 독립서점은 늘고 있다. 독서의 문화가 바뀐 것이다. 내가 어떤 공간에서 어떤 책을 읽는가가 나라는 사람을 보여줄 수 있는 표지가 되었다. 독서를 즐기기 위해서 꼭 책을 완독해야 하고, 유의미한 감상을 적어야 하는 건 아니다. 마음에 남는 글귀와 표지와 텍스트의 분위기, 그것이 놓여 있는 책장의 스타일과 함께 탁자에 놓은 찻잔 혹은 머그잔의 모습이 나라는 사람을 표현한다.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는 행위로 독서를 즐기는 것이다.
독서는 점점 산뜻한 취미가 되고 있다. 깊고 무거운 독서를 사랑했던 나로서는 그 방향이 조금은 서글프지만 한편으로는 책의 본질에 더 가까운 일이란 생각도 든다. 사람에 더욱 가까워졌으니 말이다.
요즘 나는 이렇게 책을 추천한다. 커피 한잔을 다 마시는 삼십 분에서 한 시간 남짓, 그 시간 동안 당신을 살펴본 저로서는 이 책이 당신 같네요.성욱현<시인·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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