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일 경산시장 "대구한의대병원역도 너무 길어 줄이는 게 형평성 맞다"
대구교통公 "단일 명칭은 문제 안돼…경산市로부터 공식 입장 전달받은 바 없어"
'8자' 역명에 이미 투입한 시설비 2억6천만원 날아가 '혈세 낭비'
'8자 역명' 논란이 대구 구간 '대구한의대병원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사진은 신설 역사 중 하나인 경북 경산시 하양대구가톨릭대 전경. 영남일보DB |
경북 경산시가 논란을 빚은 '8자' 대구도시철도 역명에 대해 간소화를 결정(영남일보 6월 28일자 1면 보도)하자, 함께 신설되는 '7자' 역명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정식 역명에서 제외된 경산지역 일부 대학이 형평성 차원에서 대구 구간에 있는 '대구한의대병원'의 역명에 대해서도 간소화를 요구하면서다. 다만, 대구교통공사는 이에 대해 일단 선을 긋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경산시는 지난달 27일 시정위원회를 열고 너무 길고 복잡한 이름으로 논란이 됐던 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 구간의 신설 역명을 변경키로 했다. 이에 3개 이름을 혼용한 '부호경일대호산대' 역명은 '부호역', 국철 하양역과 다른 이름으로 이용자 혼란이 예상된 '하양대구가톨릭대'는 '하양역'으로 각각 바뀐다.
대학명들은 모두 부기(정식 역명 뒤 괄호로 표기하는 방식) 돼, 두 역의 공식 이름은 '부호(경일대·호산대)역'과 '하양(대구가톨릭대)역'으로 결정됐다.
대구한의대병원역. 영남일보 DB |
조현일 경산시장도 최근 대구경북 중견 언론인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토론회에 참석해 "'대구한의대병원'이라는 역명도 너무 긴 만큼, 해당 지역의 지명 등으로 간소화하는 게 형평성에 맞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대구교통공사는 경산 구간 두 역과 대구 구간 역명 논란은 결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대구한의대병원'은 2개 이상 지역(시설)명을 합친 '부호경일대호산대' 및 '하양대구가톨릭대'와는 달리 단일 명칭이라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철도 노선 및 역의 명칭 관리지침'에 따르면 도시철도 역명은 시민이 이해하고 부르기 쉬우며, 그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 또 역당 하나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기존 대구도시철도 최장 역명인 '수성구민운동장' 역시 7자로 길지만, 단일 명칭으로 시민이 이해할 수 있는 역명이라는 게 교통공사의 설명이다. 서울지하철 2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처럼 8자보다 더 긴 역명도 단일 명칭이라는 이유로 허용된 사례도 있다.
비록 한 글자이지만, '8자'와 '7자'의 차이는 크다고 교통공사는 강조했다. 1호선 전동차 객실 안내 표시기는 최대 7자('이번역' 포함 10자)여서, '부호경일대호산대'와 '하양대구가톨릭대' 경우 마지막 '대'자가 미표출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하는데, 수십억 원의 세금이 소요된다.
이 같은 문제는 대구교통공사가 역명 제정 과정에서 경산시에 메뉴얼로 제공한 '8자 이내' 문구의 해석이 엇갈리면서 발생했다는 후문이다. 교통공사는 '8자 이내'에 '역' 자를 포함했고, 경산시는 '역'을 빼고 계산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기존 역명에 따라 이미 투입한 시설 설치비는 2억6천만 원에 달한다. 교통공사와 경산시의 의사소통 엇박자가 수억여 원의 혈세 낭비를 초래한 셈이다.
교통공사는 이번 명칭 변경에 따른 비용 발생 문제와 관련해 경산시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새 이름 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은 1억 원가량으로 추산됐다.
대구교통공사 관계자는 "대구한의대병원 역명에 대해 아직 경산시로부터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받은 바 없다"면서도 "대구한의대병원 역명은 경산 구간 두 역의 상황과는 다르기 때문에 재검토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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