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변호사이자 무용수인 저자
가장 생생한 내가 되는 무대 경험
춤 역사 통해 차별·평등문제 다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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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에서 '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의 저자 김원영이 춤을 추고 있다. <문학동네 제공·옥상훈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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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영 지음/문학동네/360쪽/1만9천원 |
문화부 기자로 무용을 처음 맡았을 때 느꼈고, 지금도 무용 공연을 보면 늘 드는 생각이 있다. 몸이 전하는 이야기가 그 어느 것보다 정직하고, 강렬하다는 것.
이 책의 저자 또한 몸으로 표현하는 것의 힘을 알게 됐다. 변호사였던 저자 김원영은 장애인 차별을 비판하고, 평등을 주장해왔지만, 스스로 장애가 있는 자신의 몸에 대해 오랫동안 긍정하진 못했다고 고백한다. 비장애인의 효율적이고 빠르고 균형 잡힌 몸은 아름다웠다는 것. 하지만 10여 년 전 무대에 오르면서 그는 가장 생생한 내가 되는 경험과 나로서 존재한다는 감각에 눈을 떴다.
저자는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춤의 역사를 들여다보며 잊힌 이들을 다시 떠올린다. 이 책에선 이를 바탕으로 '차별과 평등'의 문제를 다룬다.
먼저 그는 19~20세기 초 근대 박람회 문화에서 등장한 '프릭쇼'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여기서 프릭(freak)은 주로 비유럽계 이민자들, 장애인들, 보통이 아닌 몸을 가진 사람들을 의미했다. 이국적 문명에 대한 호기심이 커진 이때 먼 나라의 동식물과 함께 '사람들'도 신속하게 배달됐다. 이들을 전시하는 것으로 시작했던 이벤트는 나중에 다양한 볼거리가 함께하는 버라이어티쇼로 바뀐다. 이에 대해 저자는 긍정적이라거나 부정적이라고 단정 짓지 않는다. 물론 프릭쇼는 인종적·장애 차별적 역사를 가진 폭력과 착취의 현장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사회에서 배제된 몸들이 직업적으로 활약하고 대중에게 영향을 미치는 장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는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멸시와 배제의 시선 앞에 선 용기와 자기 존중을 포기하지 않은 프릭의 긍지에 대해서도 짚어보고자 했다. 그는 한국 무용에서 장애인을 호출한 가장 대표적인 춤이자 장애가 있는 사람을 비하하고 조롱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던 '병신춤'에 대해서도 여러 관점으로 들여다본다.
이처럼 책 1부 '빛 속으로'에선 자신이 장애를 갖고 태어났던 유소년기를 거쳐 장애인 공동체, 일반고, 대학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될 때까지도 자신의 신체를 드러내 보이는 것에 대해선 적극적이지 않았던 저자가 무대에서 춤을 추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러면서 이사도라 덩컨, 로이 풀러, 최승희 등 현대 무용사에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긴 무용수의 이야기를 통해 타인의 지배적인 시선에 맞서 자신만의 힘을 발견하고, 춤에 대한 편견을 부수는 것에 대해 풀어낸다.
2부 '닫힌 세계를 열다'에선 20세기 후반 등장한 장애인 무용수와 배우의 이야기, 객석과 무대의 규칙과 조건을 새롭게 제시하는 공연의 접근성에 관한 사례를 소개한다.
3부 '무용수가 되다'에선 1부와 마찬가지로 춤의 역사를 다시 살핀다. 그러면서 여기선 정치공동체와 춤추는 몸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지극히 차별적인 존재가 되고, 온전히 평등한 개인들로 구성된 공동체를 지향하려는 노력은 '우리'라는 집단 외부의 다른 존재들에게는 폐쇄적일 수 있다고 짚는다. 어떤 공연예술가는 장애인 접근성을 고려하기 위해 자기 창작물을 변형하거나 어떤 창작적 시도를 포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접근성을 여러 측면에서 고려한 공연을 보는 관객 일부는 그 취지는 공감하지만, 비장애인 관객의 관람을 방해한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들을 단순히 "장애인이 배제되는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몰지각한 사람"이라며 비판해선 안 된다고 본다. 다만 우리가 다른 구성원이나 다양한 맥락에 폐쇄적으로 대응하고 자아도취적(집단도취적)으로 어딘가 떠밀려 갈 때 이를 견제하는 '닻'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최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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