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욱<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예술가〉 |
여름 휴가철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을 벗어나 공항에 가는 빈도가 늘어나는 시기다. 보통의 경우 공항은 최종 목적지는 아닌 비행기를 타러 오가는 중간 기착점의 공간이다. 나의 경우 생업을 위해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을 만 10년 동안 대략 2천 번 이상을 오갔다. 200번의 오타가 아닌 2천 번이다. 하루에 4번을 간 적도 있으니 말이다. 그럼 총 15시간 정도 소요가 된다. 당시엔 집 외에 가장 자주 방문한 장소이다 보니 공항과 그 주변의 색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와 나는 그것들을 카메라로 꾸준히 기록했고 결과적으로 'Unnamed Land: Air Port City(2013~2024)'라는 예술사진 작업이 되었다.
95년 전 히드로 지역에 작은 비행장이 자리할 당시에는 미래에 터미널이 5개나 되는 대형 국제공항이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공항은 계속 확장되었고 주변은 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같은 장소를 반복해 오가다 보니 공항 주변만의 특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공항에 오가는 사람들을 위한 호텔들, 주차장, 공항과 비행기에 들어가는 물건들을 공급하는 다양한 회사들은 누구나 예상가능한 지점이었다.
그러나 나에게 가장 흥미로운 것은 주말과 본인의 여가 시간에 공항 주변을 찾아오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일컬어 'Spotter'라고 하는데 영 단어의 민간 대공 감시원이라는 의미가 아닌 자발적으로 '항공기를 관찰'하는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말한다. 그들은 커다란 망원경과 망원렌즈를 들고 착륙하는 비행기를 열심히 관찰하고 기록하고 촬영한다. 또한 그들이 열심히 적는 비행기 동체 후면 아래의 고유 넘버는 전 세계의 항공기 관찰 사이트에 공유되며 그 정보는 각 비행기가 어디에서 출발하여 히드로 공항에 도착 후 다음 행선지는 어디인지를 나타낸다.
내가 올해 2월 영국 히드로 공항 주변 작품 촬영 중 만난 중년의 남성은 오직 항공기 사진을 찍으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런던으로 왔다고 말하며 손에 든 태블릿에 담긴 본인이 찍은 한국 국적기들을 자랑삼아 보여주었다. 그는 약간 거동이 불편해 보였지만 오후 3시부터는 비행기가 내리는 활주로 방향이 바뀐다는 정보를 알려주며 목에는 망원렌즈와 카메라를 걸고 한 손에는 태블릿을 든 채로 버스를 타고 비행기가 잘 보이는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비행기 관찰에 별다른 흥미가 없는 나는 그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궁금했는데, 각기 다른 곳에서 출발해 같은 목적지를 향해 수백~수천 마일을 날아와 매 이삼분마다 같은 활주로에 내리는 비행기 한 대 한 대를 보며 그 비행기가 지나온 역사와 앞으로 향할 목적지를 알 수 있다는 사실이 그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것이 아닐까? 김신욱<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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