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TALK] 대한민국연극제 대상 '연극저항집단 백치들'의 정성태 대표
연극저항집단 백치들의 정성태 대표. 연극저항집단 백치들 제공 |
"동시대에서 고민하는 담론들을 어떻게 하면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공연을 만듭니다. 그래서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이 나오죠."
'연극저항집단 백치들'(이하 백치들)의 정성태(38) 대표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극단의 정체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백치들은 세상의 부조리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던지면서도 실험적인 연극을 만드는 극단이다. 특히 대표작 '평화'로 지난 15일 대구 연극계에서 23년 만에 대한민국연극제 대상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연극 '평화'는 지난 4월 대구연극제에서도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고대 그리스 희극 시인인 아리스토파네스의 작품을 현대의 관점에서 풀어냈다. 대한민국연극제에선 대구연극제 당시 피드백을 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일부 연출과 장면을 다듬어 완성도를 높였다.
정 대표는 매끄럽지 않거나 관객 입장에서 이해 가지 않는 장면 위주로 수정했다고 한다. "크게 바뀐 건 없는데, 원래 오프닝 노래가 그룹 H.O.T의 '전사의 후예'였다면 이번엔 같은 가수의 곡인 '아이야'로 수정했어요.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노래인데, 평화를 지향하는 극의 내용과 더 잘 맞다고 생각했죠. 마지막 장면에 나무에 풍선이 열매처럼 달린 연출도 추가했어요."
백치들의 평균 나이는 30대 중반. 단원이 2030세대인 젊은 극단이다. 정 대표를 비롯한 대경대 연극영화과 출신들이 2012년 정식 창단하면서 현재 10명이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기성극단이 아닌 젊은 극단이 대한민국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정 대표는 '오히려 젊기 때문에'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뭘 해도 '괜찮다'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용납이 되는 나이인 거죠. 욕을 먹고 망작이란 평을 받을지라도, 젊기에 다양한 작품을 시도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극단이 창단한 지는 올해로 12년. 정 대표는 백치들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지역 극단으로서의 역할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연극계의 연령대가 양극화된 상황에서 이제는 신생 극단과 기성 극단 사이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젊은 친구들과 선생님들 모두 세대 차이로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려워해요. 그러다 보니 가운데서 중간 연차의 역할이 중요한데, 중간자가 많지 않아요. 중간 연차 중 결혼을 한 사람이 많은데,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현실적 문제가 있어 연극계를 많이 떠나요.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이제 저희는 연차가 차고 안정된 상황이니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느껴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엔 "큰 상을 받아 보는 눈들이 많아질 거라 생각해요. 극단의 정체성과 작품의 성격은 유지하되, 극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다 신중함을 기해야 할 것 같아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기존 기획한 작품들을 잘 선보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우선 오는 11월 이상명 부대표가 만든 '결혼'이란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남녀 두 커플이 나와 결혼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마찬가지로 동시대에서 고민하는 담론을 다뤘습니다"라고 전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주말섹션과 연극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