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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욱현<시인·동화작가> |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 프랑스 혁명 당시 법률가였던 장 앙텔름 브리야사바랭(Jean-Anthelme Brillat-Savarin)이 '미식예찬'에 쓴 말이다. 이는 단순히 취향의 영역을 넘어서 음식에 깃들어 있는 사회, 문화적 수많은 함의를 내포한 이야기이다. 그중 권력에 집중해 보자. 음식은 제사와 공양에서 비롯되어 먹기 위한 음식이 아닌 바쳐진 것으로 음식이 활용되고, 신적인 존재가 취하는 것으로 누구나가 집어삼킬 수 없는 상징이 된다. 이는 현대에 이르러 자본 개념으로 치환되어 계속되고 있다. 단순히 생존과 미식의 개념을 넘어서서 무엇을 먹을 수 있는가, 그것이 당신이 어떤 힘을 가진 사람인가를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 음식은 생태적 한계로 인해 지역성에 기반을 둔다. 그렇기에 배타성을 띄게 된다. 이는 문화로 형성되고 어느 순간에는 이해 가능과 불가능 사이를 오가게 된다.
음식의 순수한 언어적 의미를 골몰해 보자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무언가로 밝힐 수 있겠다. 권력과 문화를 넘어서 음식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취할 수 있는 무언가다. 문화권 이해, 계층 간의 화합 양상으로 음식을 나누는 행위가 주로 활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 주류문화와 비주류문화의 간극을 만드는 것이 음식이며, 그것을 넘어서는 것 또한 음식이 되는 것이다. 음식은 고유한 문화로서 문화와 민족의 상징임과 동시에 생물학적 요건으로서 먹고 소화할 수 있는 모든 것이라는 범인류적 개념이다.
이런 음식의 성질은 책과 닮아있다. 본래의 목적 외에 사회 종교적 의미가 깃든 것, 문화에서 태어나 다시금 문화를 형성하는 것, 생태적 한계에서 기인한 음식의 배타성은 나아가 고유한 지역적 문화가 되고 한 사람의 기원을 나타내는 언어가 되는 것 등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 결국에는 나누고 배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통의 유용한 도구로 기능한다.
현대인에게 커피는 쌀과 같다. 우리 서점은 12시에서 1시 사이 직장인들이 주요 고객인데, 그들은 커피를 사 마시며 자연스럽게 책을 살핀다. 책을 먹고 음식을 읽자. 이렇게 말을 바꾸어 보면 더 깊은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모든 것이 너무 쉽고 빠르게 소비되는 요즘이다. 한 잔의 커피, 한 권의 책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그리 세련된 방식이 아닐지도 모른다. 매일 반복되는 직장인의 점심식사도 마찬가지겠다. 하지만 음식을 먹는 것처럼 책을 읽길, 책을 읽는 것처럼 음식을 살피길 바란다. 책과 커피가 함께하는 서점에서 누군가에는 일상의 당연한 지나침일 한순간에 대해 이리 골몰하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어떤 서점에서 어떤 커피를 마시는가가 당신이 누구인지 알아 가는 데 조금의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성욱현<시인·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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