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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신욱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예술가> |
올해 초 새로운 운동을 배우고 싶어 지도 앱을 열어 가장 가까운 격투기 도장을 찾아보았다. 작업실에서 도보 2분 거리에 복싱장이 있었다. 주저없이 들어가 분위기를 보고 20회권을 결제한 후 복싱을 시작한지 이제 반년이 지났다. 아직도 매우 미숙한 초보자 레벨이지만 50번 정도를 해보니 일상의 루틴이 되었고 안 하면 몸이 더 불편하다.
복싱은 처음 해 보는 것이라 모든 게 낮 설었다. 양손의 자세, 시선의 방향, 턱의 위치, 다리의 스텝 등등. 나는 여전히 복싱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지만 사진을 잘하기 위해 평생 노력해 온 사람으로서 사진 촬영에 임하는 자세와 마음가짐 및 복싱을 배우는 신체의 움직임에서 몇 가지 공통점을 느꼈다.
첫 번째로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찍고자 하는 대상을 명확히 바라보고 하체, 그 중에서도 무릎을 잘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사진을 잘 찍으려면 몸을 아끼지 않고 다리를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 특히 상황에 따라 하체와 무릎을 잘 굽히고 자세를 낮출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복싱을 배우며 턱을 당겨 시선은 정면을 향하고 무릎과 발을 가볍게 잘 놀려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두 번째로 힘을 빼야 한다는 것이다. 나도 과거에는 촬영을 할 때 지금보다 더 힘이 들어갔었다. 힘이 들어간다는 건 긴장하고 경직되어 있다는 생각이 몸의 근육으로 전달된 것이다. 내가 내 촬영 실력에 확신이 덜 하니 실수하거나 실패할까 두렵고 그것이 경직된 몸을 만들어 사진을 더 못 찍게 되는 악순환의 반복이 되는 것이다. 복싱에서 주먹이 나가는 모든 동작은 팔의 힘만으로 주먹을 붕붕 돌리는 것이 아니었다. 팔과 주먹의 효과적인 타격이 이루어지기 위해선 하체와 허리, 몸통이 동시에 돌아가면서 팔은 나무줄기 끝에 달린 유연한 가지처럼 힘을 빼고 채찍처럼 뻗어 나가는 것이다. 이것을 몸으로 체득하는 순간 내 주먹이 닿는 샌드백의 소리는 더욱 더 힘차고 경쾌 해진다. 촬영도 마찬가지다. 이 순간 내 모든 기량을 걸고 최선을 다하겠지만 아쉬운 결과물이 나올 수도 있음을 인정하며 불필요한 힘을 빼고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면, 오히려 더 좋은 사진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진과 복싱은 어쨌든 그 순간은 나와 대상이 일대일로 조우하는 찰나이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 장비와 세계적인 코치가 내 옆에 있어도 피사체 앞 셔터를 누르는 순간과 목표점에 주먹을 날리는 그 순간만큼은 어느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다.
그렇게 사진촬영과 복싱연습을 하며 단련하는 혼자의 시간이 쌓일수록 예상치 못한 유사점을 발견하게 되었고, 나는 매일 부족함을 통감하며 겸손한 마음으로 같은 동작들을 반복한다.김신욱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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