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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
필자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100점 만점에 70점 수준이라고 본다. 한국은 선거를 통해 평화적 정권교체를 네 번씩이나 성취함에 따라 민주주의 수준이 높다고 자부해왔다. 하지만 필자는 국민의 참여가 심히 결여되어있기 때문에 민주주의 수준이 낮다고 보고 있다.
링컨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문식으로 바라보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가운데, by the people이 빠져있다. 조선시대 왕정 하에서 백성들을 위한 민본주의를 지향했으므로 for the people은 민주주의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of the people은 1948년 8월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면서 지금까지 실현되어왔다. 하지만 by the people이 부족하다. 이는 민주주의로 번역하는 Democracy의 본래 의미인 '다수(demo-)에 의한 지배(-cracy)'에 잘 담겨있다.
필자는 대통령,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을 뽑는 선에서 국민의 주인 역할이 멈춰있다고 생각한다. 투표 외에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적고, 직접 참여하려면 크고 작은 난관이 많다. 특히 일당이 지배하는 대구경북에서는 투표마저도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리는 투표 외에 결정권이 없고, 대부분 위임해둔 상태다. 법령이나 세금, 각종 제도 등을 국회의원, 관료 등 그들이 결정하면, 국민들은 그 결정을 따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곤 한다.
6년 전 미국에서 1년 동안 체류하며 미국 선거제도를 참관하고 미국식 민주주의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한창 유세중이라 우리의 대통령 선거와 다를 바 없어, 미국 민주주의와 한국 민주주의가 비슷한 것으로 보기 쉽다. 하지만 연방정부에서 주정부, 카운티 정부로 내려올수록, 주민의 삶 영역으로 다가올수록 한국과는 전혀 다르다. 주(state)를 대표하는 주지사 외에 감사인(Auditor), 국세청장(Collector of Revenue)도 선거를 통해 선출하고, 판사(Circuit Judge), 검사(Prosecuting Attorney)도 투표를 거친다. 무엇보다 주 정부나 카운티 정부는 법률 개폐나 제도 도입, 그리고 주민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사안에 대해서도 선거에서 찬반투표를 한다는 점이 생경하다.
우리의 지방자치단체장을 포함해 정치인들은 주민들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사안에 대해서 주민들의 의견을 물어보지 않는다. 본인이 생각하는 정치일정에 방해가 되거나 반대가 심각할 것이라고 짐작되니 어물쩍 생략해버리는 것이다.
최근 대구경북통합 문제가 주요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2026년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 통합 단체장 선출을 목표로 행정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구경북 시도민의 의견을 묻지 않고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 의결만으로 결정한다고 한다.
이번 대구경북행정통합은 시도민의 참여를 높여 실질 민주주의 수준을 높이고, 500만 인구의 메가시티를 만들어 지방 소멸에 대응해 지역을 한층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 그러자면 연방제에 준하는 분권과 자치의 권한도 꼭 중앙정부로부터 이양을 받아야 한다.
대구경북통합의 주체는 대구경북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주민들이어야 한다. 이들이 주민투표를 통해 통합을 직접 결정하고, 그 에너지를 지역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 지역의 미래를 열어가야 한다.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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