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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구석

2024-08-20

성욱현<시인·동화작가>
성욱현<시인·동화작가>

책방에 오는 손님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대부분 구석진 자리로 먼저 향한다. 환하고 탁 트인 자리보다 출입문에서 멀고 주문을 주고받는 흐름에서 벗어나 있는 구석진 자리가 인기다. 성별, 연령, 직업, 성격을 떠나서 대부분이 그렇다. 특히 혼자 온 손님이라면 단언컨대 구석으로 향한다.

그런 자리는 어디에나 있었다. 학교에서는 맨 뒷자리 혹은 도서관이었겠다. 도시로 치자면 구도심의 역사나 뒷골목의 술집이겠다. 어느 빌딩의 계단참, 안쪽에서 문을 잠글 수 있는 탕비실, 데스크톱 속 꼭꼭 숨겨둔 평범한 이름의 폴더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어느 곳 어느 때에서나 나만의 공간 찾기를 멈추지 않는다.

우스운 점은 그곳이 친구를 사귀기 참 좋은 자리라는 것이다. 구석진 곳에는 구석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규칙을 따르고 싶지 않고, 똑같은 사람이 되어 모두와 어울리는 일이 어려운 사람들이다. 구석을 찾아 헤매다가, 나와 같이 구석을 찾아 헤매는 사람과 마주친다. 그렇게 친구가 된다.

나도 그랬다. 청소년기 나는 교실보다 도서관 구석자리가 편한 아이였다. 도서관은 참 희한하게도 항상 구석에 있는 것 같다. 구석에 앉을 만한 자리가 있고, 구석을 찾아가면 꼭 누군가 열심히 책을 읽고 있었다. 혹은 창밖을 보고 있다거나 했다. 그 아이와는 어떻게 친구가 되었나 의문일 정도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다.

구석은 아무도 살피지 않는 자리다. 관심 받지 못할 곳이다. 그렇기에 누구의 눈치도 살피지 않고 오로지 나에게 관심을 둘 수 있는 자리다. 중심의 것이 아닌 변두리의 것이며 보편보다는 경계의 것이겠다. 우리는 구석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며 문학의 자리는 언제나 구석이었겠다.

가만히 살펴보면 사람만 구석을 찾는 건 아니다. 생각해보자. 강가에서 바위틈으로 숨어드는 물고기, 나뭇잎 사이를 파고들어 둥지를 짓는 새, 갯벌 속으로 구멍을 내고 구석으로 파고드는 게와 조개들. 잘 살펴보면 세상 모든 생물들이 구석을 향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하나 분명한 건 구석에서 우리는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고, 누군가를 만날 힘을 얻고, 이해할 수 없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이란 것 외에는 닮은 것 없는 것 같은 우리가 서로의 구석을 살피며 친구가 된다.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책방의 여러 이야기를 정리하다 보니 이곳이 나의 구석이었구나 싶었다. 이곳에서 참 많은 친구를 사귀고 많은 이야기를 만들었다. 여러분에게는 어떤 구석이 있나. 어떤 구석에 자리 잡고 오늘 하루를 보내고 있나. 그게 참 궁금하다.성욱현<시인·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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