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치맥을 세계 축제로] 下 '맥주도시' 브랜딩 성공한 독일 뮌헨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시의 마리엔 광장 역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
도시 자체가 브랜드화 될 수 있을까. 기업 또는 제품 브랜딩은 이윤 창출이라는 명확한 목적성을 띤다. 하지만 도시는 시민의 삶과 지자체 정책, 사회 구성원의 경제적 이익 등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하나의 생명체이자, 다양한 이해관계 집단으로 구성된 다중인격체다.
도시 브랜드가 그 도시다움을 의미한다면 독일 뮌헨은 '맥주의 고향'이라는 브랜딩에 성공했다. 독일 맥주산업이 융성하게 된 역사적·정책적 배경을 품고 있다. 그 토대에서 수많은 양조장이 명맥을 이어간다. 뮌헨지역 양조장은 옥토버페스트라는 세계 최대 맥주 축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걷기 좋은 도시 뮌헨
'옥토버페스트'가 개막한 뒤인 지난 23일(현지시각) 오후 뮌헨시청사 앞 '마리엔 광장(Marien Platz)'.
아름다운 고딕 양식 건물을 뒷배경으로 관광객들은 기념촬영이 한창이다. 시청사 바로 앞에 뚫린 지하철(U-Bahn) 출입구에서 쉴새없이 사람들이 오갔다.
광장을 빠져나가면 다양한 풍경이 펼쳐졌다.과거 식료품 시장이던 곳이 지금은 맛집거리로 탈바꿈한 '빅투알리엔 마켓(Biktualien market)'이 한눈에 들어온다. 명품 브랜드로 가득한 쇼핑거리, 왕가의 거주지에 세운 박물관까지 만나볼 수 있다.
식당들은 저마다 야외에 테이블을 설치했다. 식당 벽엔 호프브로이하우스·아우구스티너 등 뮌헨 대표 양조장에서 맥주를 공급받는다는 안내판이 내걸려 있다. 이 지역 전통의상인 '레더호젠'과 '디른들'을 입은 이들의 손에는 한결같이 맥주가 들려있다.
골목 사이로 보이는 낡은 건물 벽엔 호텔 간판들이 보였다. 시설이 썩 좋아보이진 않았지만 옥토버페스트 기간엔 귀하다. 빈방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여서다. 유명 양조장에서 직접 운영하는 식당들이 밀집한 곳에 있는 코르티나 호텔 측은 "최소 서너달 전 예약해야 된다. 부르는 게 값이어서 최소 2배, 많게는 3~4배까지 가격이 뛴다"고 했다.
뮌헨 촘촘한 도심교통망 자랑
지하철 8개·경전철 10개 노선
호텔 143곳·비어가든 100여곳
수많은 양조장도 축제 버팀목
대구시청사 옛두류정수장 이전
치맥축제장 랜드마크화 기회
◆뮌헨이 가진 교통·숙박 인프라
뮌헨은 촘촘한 교통망을 자랑한다. 지하철 노선 8개와 경전철(S-Bahn) 10개 노선을 갖추고 있다. 수많은 버스, 트램노선까지 확보하고 있다. 자전거 도로망이 잘 구비돼 자전거로 이동하기 쉽다.
고속철도를 이용하기도 편하다. 국내 고속선 9개 노선이 뮌헨을 종점으로 두고 있다. 프랑스(파리)·스위스(취리히)·오스트리아(인스부르크)·헝가리(부다페스트) 등으로 이어진 철로도 있다. 뮌헨공항은 독일에서 프랑크푸르크 다음으로 붐비는 곳이다. 유럽 최대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허브 공항이다.
뮌헨은 옥토버페스트를 찾는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 시설이 충분하다. 뮌헨시에 확인결과, 도심 내 호텔은 총 143곳이다. 호텔 외 게스트하우스나 에어비앤비 등 다른 형태 숙박 시설까지 합치면 숙박엔 문제가 없다고 한다.뮌헨과 멀지 않은 지역에 숙소를 잡아도 얼마든지 축제 현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처럼 풍부한 교통·숙박 인프라는 관광객 유입에 유리하다. 뮌헨시도 이를 십분 활용한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시내 관광과 근교 관광을 적극 권한다. 시내 100여곳 '비어가든(야외에 테이블을 설치해 맥주를 제공하는 술집)'에서도 맥주를 맘껏 즐길 수 있다.
옥토버페스트의 경제적 효과는 이미 검증됐다. 뮌헨시는 지난해 18일간 열린 옥토버페스트에서 2조2천억원 이상의 경제적 유발 효과를 냈다고 했다. 이 중 축제 현장이 아닌 곳에서 발생한 부가가치는 1조3천억원 수준에 이른다.
◆대구도 도시 브랜딩 기회를
대구의 교통·숙박 인프라도 나름 잘 갖춰져 있다. 현재 대구 중심지인 중구에만 숙박시설 81곳이 있다. 호텔신라와 케이케이(옛 경북광유)가 현 대구시 동인청사 인근에 프리미엄급 호텔을 짓는다. 대구시는 우수 숙박시설을 별도 관리하기도 한다.
대구엔 현재 3개 지하철 노선, 123개 버스 노선도 확보하고 있다. 도시철도 4호선 구축 및 5호선 개발 계획도 있다. KTX 등 고속철이 동대구역·서대구역에 정차해 부산, 경주, 울산 등 타 지역으로의 이동이 수월하다.
다만, 대구시청사는 옛 두류정수장 부지(달서구)로 둥지를 옮긴다. 2030년 완공이 목표다. 이럴 경우, 대구시 신청사는 물론 인접한 대구치맥 축제행사장 '두류공원'의 랜드마크화 작업도 한층 선명해진다. 대구시 신청사의 넓은 잔디광장, 녹지 등을 함께 조성해 두류공원과 조화를 이루게 하면 단연 대구지역 최대 관광명소가 될 수 있다. 대형 축제와 연계된 대구 도시 브랜딩화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치맥 도시 '대구'도 뮌헨처럼 대형 축제를 중심으로 한 도시 브랜딩에 적극 나서야 할 때다.
글·사진=독일 뮌헨에서 최시웅기자 jet123@yeongnam.com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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