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아치다. 1. 몹시 급하게 몰아치다. 2. 몹시 급하게 재촉하다. (출처: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볶아치즘('자기 자신을 들들 볶는다'라는 이념화된 단어)
10월. 예술인들이 가장 볶아치는 달이다.
예술인들은 잘 키워낸 열매를 문화예술이라는 장터에 선보이는 달이요, 시민들은 그 장터에서 예술인들이 내어놓은 열매를 내 입맛대로 고르고 향유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달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은 얼마나 숭고한 일인가. 창작은 산고의 고통과도 같다는 어느 선생님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창작자들은 생산의 참신함과 창작물의 기발함을 좇아 정신없이 질주하고, 정해진 업무시간이 없는 형태로 할 일 목록을 채우고 지운다.
늦은 새벽이 되어서야 찾아오는 사유의 시간이 아쉬워 쉬이 잠들지 않으려 감기는 눈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나날들. 정답이 없는 길 위에서 고뇌하고 몸부림치는 나날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인들은 '볶아치즘'을 자처하고 반복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예술은 그들의 삶에서 어떤 의미로 존재하기 때문일까.
찰나의 순간을 위해 억겁의 시간 속을 걷는 모든 예술인에게 존경을 표한다.
정해진 업무시간이 없는 1인 기업인인 예술인들은 스스로 뇌의 전원을 내리는 힘이 필요하다. 2023년 호주 시드니 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5분간 '뇌 휴식'을 취하면 급격히 능률이 올라간다고 한다. 잘 알려진 뇌 휴식 방법으로 낮잠, 명상, 달리기, 자연환경에서의 산책 등이 있다. 심지어 '불멍'도 하나의 방법이다.
금호강 바람소리길 축제의 멍 때리기 쉼터, 숲속 꿀잠 대회 등 매년 개최되는 이색적인 행사는 마냥 재미를 위한 행사가 아니었다. 바쁜 현대인의 휴식을 장려하는 이 시대의 문화였던 것이다.
예술인들도 위처럼 창작활동 능률을 향상시킬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이 필요하다.
필자는 사람과 소리로 가득 찬 공간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또는 가슴이 답답할 때 숲을 찾는다. 알고 보니 뇌가 휴식을 요하는 자연적인 현상이었다. 또 하나, 숲을 찾을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는 '만다꼬(뭐하려고의 경상도 사투리)'를 외친다.
고뇌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예술인들에게 전한다. 만다꼬 볶아치며 사는가? 볶아치즘에서 제 발로 걸어 나와 '만다꼬'라고 외쳐보자. 그리고 잠시 뇌의 전원을 내려 보자.
이선민<트래덜반 대표·안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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