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가을, 산악회 회원들이 안개가 자욱한 산길(신불산 간월재)을 걷고 있다. |
이른 가을, 산악회 회원들이 안개 낀 산길을 천천히 걸어간다.
촉촉이 내리는 안개비 속에서 세 사람은 서로의 발걸음에 맞춰 함께 나아간다. 그들의 등 뒤에는 각각 다른 색의 배낭이 매달려 있고, 앞길은 안개에 가려져 있다. 길 끝이 보이지 않지만, 그들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간다.
중년의 나이가 되면, 지금까지 걸어온 길만큼이나 앞으로 걸어야 할 길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사진 속 안개처럼, 그들의 미래도 불투명하고 희미하다. 하지만 오늘 이 순간, 그들은 함께 걸으며 지난 삶을 되돌아보고 있다. 젊은 시절의 선택들, 후회와 성취들이 한데 어우러져 지금의 그들을 만들었다.
이제는 건강이 가장 중요한 화두다. 예전만큼 몸이 따라주지는 않지만, 산을 오르며 마음과 몸을 단련하려 애쓴다. 산행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건강을 유지하고 삶의 활력을 되찾는 소중한 시간이다. 걷는 동안에도 아마 각자의 마음속에는 앞으로의 인생에 대한 걱정이 떠오를 것이다. 은퇴 후의 삶, 가족, 건강 문제, 자녀의 미래….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모든 고민을 잠시 접어둔다. 그들은 그저 눈앞의 길을 따라 한 걸음씩 내딛는다.
언젠가 안개가 걷히면, 저 멀리 새로운 길이 나타날 것이다. 그 길은 지금처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한 발걸음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글·사진=김동 시민기자 kbosc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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