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 다섯 자매 함께 한 여행
어린 시절 추억 되새기는 자리
자매지간인 김점순(오른쪽부터), 하자, 금희, 숙희, 점달 자매가 충북 제천 배론 성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무얼 입을까, 무얼 가져갈까. 가방을 펼치면 마음이 한껏 부푼다. 무엇보다 나를 설레게 하는 건 자매가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다. 이번이 3번째 여행이다. 84세의 맏언니부터 64세의 막내까지 여섯 자매는 저마다 바쁘게 살아왔다.
지난달 28일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셋째 김정자(77)를 제외한 첫째 금희(84), 둘째 하자(81), 넷째 숙희(73), 다섯째 점순(68), 막내 점달(64) 다섯 자매는 이산가족 상봉하듯 만났다. 여행지는 단양을 시작으로 충청도 일원이다. 남한강 암벽을 따라 잔도가 있어 트레킹의 낭만과 짜릿한 스릴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단양 잔도 길. 맏언니는 휴대전화로 사진 촬영하느라 신이 났다. 왕복 2.4㎞를 갔다 올 수 있을까 했지만, 기우였다.
제천 숙소에 돌아온 자매는 고인이 되신 부모님의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넷째 언니는 엄마가 천재라고 했다. 1960년대 가을 추수를 하고 벼를 팔 때 그 많은 양의 벼 가격을 암산으로 했다는 것이다. 정월대보름 지신밟기만 끝나면 키우던 닭을 도둑맞은 일, 초등학교 십 리 길 춥다는 나에게 겉옷을 벗어준 언니, 초등학교 저학년 때 서울로 시집간 맏언니가 사준 세라복 원피스가 인기였다는 막내 등 추억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소환됐다. 그래도 그 시절이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의림지, 청풍문화재단지 등 나흘동안 낮엔 꽉 찬 일정을 소화하고 밤이면 다섯 자매는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케이블카 타고 올라간 정상에서 내려다본 청풍호의 아름다움, 공중에 날고 있는 패러글라이더만 봐도 신기했는데 이륙하는 장면을 바로 옆에서 보며 함께 환호한 이야기 등으로 화기애애했다.
여행 마지막 날, 작별의 시간이 또 찾아왔다.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내년 봄에 또 만나자"고 말하는 목소리는 울먹인다. 동생들의 등을 토닥이며 환하게 웃던 맏언니의 뒷모습은 엄마를 닮았다.
짧은 여정을 마치고 다섯 자매는 서울, 인천, 김천, 대구로 떠나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서로가 남기고 간 흔적을 보면 벌써 그리움이 스멀스멀 밀려온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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