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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의 소소한 패션 히스토리] 파랑과 녹색의 중간 '터콰이즈'

2024-11-08

지중해 닮은 푸른빛…판타지 담은 신비로움

[한희정의 소소한 패션 히스토리] 파랑과 녹색의 중간 터콰이즈
패션 브랜드 에트로의 2015년 봄 컬렉션. 터콰이즈 블루 패션. <출처: 핀터레스트>
터콰이즈(turquoise) 색은 파랑과 녹색의 중간 색으로 터키석, 지중해 맑고 얕은 바다에서 볼 수 있다. 우리말로는 청록색이라고도 하나 파랑 혹은 녹색 어느 쪽에 좀 더 가까운지에 따라 터콰이즈 블루 혹은 터콰이즈 그린이라 하기도 하고, 틸그린(teal green), 아쿠아마린 블루(aquamarine blue), 피콕(peacock) 등의 범위를 포함한다. 미묘한 차이는 있으나 파란색의 차분하고 시원한 느낌과 녹색의 신선함을 함께 담고 있어 두 색의 이미지를 균형적으로 포함하면서도 이들보다 생동감과 고요함, 무엇보다 자유롭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미지를 독자적으로 나타낸다.

터콰이즈 색의 이러한 이미지는 영화 속에서도 표현 수단으로 등장한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에서 터콰이즈 색은 판도라 행성의 자연환경과 그곳에 사는 나비족의 신체적 특성에서 등장하며 신비로운 에너지, 그리고 자연과의 강한 연결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그 속에서 터콰이즈는 자연의 빛과 조화로움, 그리고 신비로움을 시각적으로 강조하는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어 영화 속에서 깊은 의미와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2013년도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파티 장면에서 터콰이즈 색은 화려한 1920년대 의상을 입은 인물들의 배경에서 분수와 수영장을 가득 메워 당대의 화려함과 동시에 개츠비의 미래에 대한 이상적이고 몽환적 꿈과 불확실한 미래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블루의 시원함·그린의 신선함 상상력 자극해
몽환적 빛깔 다양한 영화속 시각적 장치 사용
이슬람·유럽문화 귀족 장신구·드레스로 인기
현대엔 자유·개성 보헤미안 스타일로 대중화



[한희정의 소소한 패션 히스토리] 파랑과 녹색의 중간 터콰이즈
영화 알라딘(2019)에 나오는 자스민 공주의 터콰이즈 색 드레스. <출처: reddit>
터콰이즈, 청록색 계열은 이집트, 페르시아 등 고대문명에서 지혜, 평온, 행운, 보호와 영적인 힘 등을 상징하는 색으로 신비로운 감성을 나타냈다. 이러한 의미로 이집트에서 터콰이즈는 주로 파라오나 귀족의 장신구, 직물에 다수 사용됐고 고급스러움을 나타내는 중요한 색으로 자리 잡아 지금도 터키석과 그 색은 이슬람 문명권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슬람 문명권을 배경으로 한 영화와 에니메이션 '알라딘'에서도 터콰이즈 색은 여주인공 자스민의 드레스 외에도 벽장식, 주인공인 알라딘의 의상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 그 문화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한희정의 소소한 패션 히스토리] 파랑과 녹색의 중간 터콰이즈
18세기 퐁파두르 부인의 터콰이즈 그린 드레스. 터콰이즈는 당시 유럽에서 이국적인 취향과 고급스러움을 상징했다. <위키피디아 제공>
유럽문화에서는 18세기 화려했던 로코코 시대에 터콰이즈는 이국적인 취향과 고급스러움을 상징했다. 프랑스와 영국 귀족들 사이에서는 터콰이즈가 사용된 금속 세공의 브로치나 목걸이 등과 드레스가 인기를 끌어 당시 귀족들이 추구했던 화려한 사교 모임에서 세련된 취향과 풍요로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현대 패션에서 터콰이즈 색은 1960~1970년대 히피 문화의 보헤미안 스타일과 연관되어 대중화됐다. 다이아몬드나 루비 등 화려하고 투명한 보색과 달리 터키석의 자연적인 이미지와 맑고 신비로운 색감으로 자유와 개성의 상징이 되어 은장식과 함께 독특하고 이국적인 액세서리나 보헤미안 패션에서 술 장식이나 손자수 장식과 함께 자연과 연결된 평온한 감성, 자유로운 영혼, 이국적인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1960~1970년대 보헤미안 스타일을 대표하는 대중음악가인 제니스 조플린(Janis Joplin)은 당시 터콰이즈 색의 액세서리, 패션으로 보헤미안과 자유로운 감성적·예술적 스타일을 표현하여 대중에게 영감을 주었다. 당시 터콰이즈 색은 보헤미안 스타일의 본질과 자연과의 연대감을 잘 반영하여 자연, 자유, 개성을 상징하는 주요한 색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다채로운 고채도의 색감이 유행했던 1980년대에는 스포츠웨어나 영캐주얼웨어에 부분적으로 사용됐다가 1990년대 클럽문화와 테크노 음악과 함께 환각적인, 형광 효과의 레이브(rave) 패션의 인기로 터콰이즈 색은 다시 부활했고 미래적이고 아방가르드한 매력을 더했다.

[한희정의 소소한 패션 히스토리] 파랑과 녹색의 중간 터콰이즈
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국내에서 터콰이즈 색은 폭넓게 선호되는 색은 아니나 이탈리아 남부의 맑은 자연과 지중해 물빛의 영향인지 베르사체, 로베르토 까발리, 구찌 등 이탈리아 패션브랜드에서 사용되어 대담하면서 우아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특히 화려한 패션스타일로 유명한 디자이너 베르사체 디자인에서 그리스, 로마의 고전적 실루엣에 맑고 청량한 터콰이즈의 드레스는 1980~1990년대 브랜드의 대표적 아이템이었다.

파랑과 녹색의 중간 색이지만 두 색과는 또 다른 특성과 매력을 지닌 독자적인 색으로 존재한다.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에너지로 자유분방한 생활을 추구하는 보헤미안의 가치를 나타내며, 전통적이고 단조로움보다 규범에 얽매이지 않은 매력적인 색이다. 또한 수공예적 감성과 신비로운 느낌으로 때로는 핑크, 빨강과 보색 대비로 강렬한 효과를, 때로는 파랑, 보라와 함께 차분하면서 신비로운 효과로 연출한다. 이렇듯 터콰이즈의 독특한 색감과 상징성은 사회적·문화적 맥락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패션의 역사 속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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