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發 여론 분열 재본격화
'트럼프 포비아' 경제 위기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국면
중도층이 무게중심 잡아야
'법과 원칙'적 대응이 절실
최수경 정경부장 |
겨울 초입인 11월에 한동안 모기 때문에 밤잠을 설쳤다. 이상기후 여파가 실감 났다. 나라도 이상징후가 가득하다. 곳곳이 지뢰밭이다. 어디서 어떻게 폭발할지 종잡을 수 없다. 예측이 불가능한 혼란의 연속이다. 그래서 공포감은 더하다.
정치권은 난장판 그 자체다. 유력 대권주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선고공판에서 징역형을 받은 게 도화선이다. 정치판결·감정적 판결로 단정한 민주당은 재판 불만을 현 정부의 실정(失政)과 연계, 광장 집회에서 열을 올린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대통령 탄핵 추진을 정조준하는 모양새다. 한동안 이 기세는 지속될 것 같다. 오는 25일엔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 선고가 있다. 두 번째 사법 리스크의 시험대다. 대북송금 재판 등 정치적 시한폭탄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민주당 내 강경파들은 '단일대오'를 연신 외치며 집안단속에 혈안이다. 당내 비명계가 대권을 넘보지 못하도록 겁박까지 한다.
광장 집결을 독려하는 민주당 행보는 촛불혁명으로 명명된 2016년 탄핵 정국을 떠올리게 한다.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당시 탄핵 이후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검찰 길들이기 등 '가슴 속 응어리'를 푸는 데 더 치중했다. 5년 만에 정권을 다시 내줬다. 탄핵에 집착하는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국민이 선택한 정권인데, 국회 내 수적 우위를 앞세운 여론몰이를 통해 무작정 내쫓으려 해선 안된다. 더욱이 야당 유력 대권주자의 재판결과와 무관치 않은 여론전인 탓에 중도층 마음을 얻기가 쉽지 않다. 소멸돼야 할 보복정치가 반복되는 상황이 안타깝기만 하다. 정치의 기본인 딜(Deal)도 할 줄 모르는 이들이 국회의석을 꿰차고 있는 게 한심해 보인다. 하나를 양보받으면 또 하나는 내줘야 하는 게 정치판의 생리다. 움켜쥐려고만 하는 정부와 여당은 양보 카드를 제대로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경제 기상도도 온통 잿빛이다.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포비아'가 한국경제를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가 쏘아 올린 '킹 달러' 기류엔 속수무책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심리적 저항선'인 1천400원선까지 치솟았다. 7개월 만이다.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을 해도 꿈쩍 않는다. 과거 미 금리 인상기때 국내 상황을 연상케 한다. 향후 4년간 고환율 기조는 뉴 노멀(새 기준)이 될 가능성이 짙다. 수입물가 상승, 고물가로 이어지면 소비심리는 다시 빙하기를 맞을 게 자명하다. 오는 2027년쯤 회복세를 점쳤던 국내 부동산·건설 경기도 장담을 못하게 됐다. 한국은행이 고환율, 수출환경 악화를 우려해 추가 금리인하를 주저하면 주식시장은 고꾸라진다. 고관세에 수출전선엔 이미 비상등이 켜졌다. 미국 현지에 진출한 전기차·첨단제조 기업에 보조금과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폐지수순을 밟고 있다.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이럴수록 국민 눈높이에 가까이 있는 '중도층'이 현명한 판단을 해야 한다. 어차피 양 극단적 정치이념에 매몰된 이들은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설득이 되지 않는다. 결국 '법과 원칙'이 통하는 질서체계를 견고하게 다지는 수밖에 없다. 그 중심에 법원이 있다. 정치적 외풍에 흔들림 없이 무게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야 소모성 국론 분열을 막을 수 있다. 국가적 '마지막 보루'로서 제대로 기능하길 바란다. 이런 혼돈 속에서 과연 더 큰 대구경북을 위해 추진하는 행정통합특별법은 무사 통과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는 요즘이다.
최수경 정경부장
최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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