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관련 산업의 육성과 유치를 위한 노력이 세계적인 흐름이 되었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620조원으로 우리나라가 강세인 메모리반도체 179조원보다 세 배 이상이다. 필자도 지난 총선 과정에서 시스템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경제 활성화, 일자리 창출, 첨단 산업 인재 양성 등의 효과가 기대되는 시스템 반도체 산업 유치가 지역의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발돋움하길 기대하고 있다.
국회와 정부도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일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다행히 반도체 산업 지원에는 여야간 이견이 없어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으로 관심이 모아진다. 산업부도 지난 18일 '차세대 반도체 표준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다만 국가전략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것은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해 경기도 용인과 경북 구미가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되었다. 정부가 용인국가산단에 10조 원 이상 지원을 약속한 데 반해, 구미의 반도체 특화 단지에 대한 예산적 지원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국가적 차원에서도 수도권과 지방간 격차를 해소하고 균형 발전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방 역시 국가 전략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 지역 맞춤형 전략을 세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경산시의 경우 자동차 부품 제조업이 발달한 곳이다. 최근 '엔진, 구동장치' 중심의 자동차 산업을 '반도체, 첨단 ECU(전자제어장치)' 중심의 미래차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가 활발하다. 반도체 산업 유치에 힘을 쏟는 이유다. 필자는 국회 등원 이후 반도체 전문가들을 만나 수차례 논의했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의 큰 축인 Fab-less(설계), Foundry(제작), Equipment(장비) 중 지역 여건과 인프라를 고려할 때 Fab-less와 Foundry 사이에서 역할을 하는 중간 단계의 Fab-Foundry 모델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지역 인재들이 반도체 생산 공정에 참여해 실습과 교육을 받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반도체 기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발판을 닦는 것이다. 동시에 지역 산업에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Applied Materials사가 미국 실리콘밸리에 구축한 세계최대 규모의 첨단 반도체 공정 기술 및 제조 장비 R&D 협력 시설인 EPIC(Equipment and Process Innovation and Commercialization) 센터가 좋은 본보기이다. EPIC 센터는 대학 연구자들에게 산업계 일선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며 상용화의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국내에는 대구의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와 NNFC(대전 나노종합기술원), 포항공대 NINT(나노융합기술원) 등이 좋은 예다.
이들 모두 교육과 상용화를 추구한다. 반도체 생산 공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양질의 기회와 경험을 제공하는지가 경쟁력의 차이를 만든다. 동시에 상용화를 위해 스타트업과 벤처기업, 중소기업들 간의 협력 관계 수립은 물론, 지자체에서도 정책적 지원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경산형 EPIC 센터가 가져올 미래가 반도체 생태계 구축으로 이어지도록 신발끈을 조일 때다. 경산의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노력은 지금부터다.
조지연 국회의원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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